은행, 자산 늘면 오히려 부실… 빌려온 돈 제대로 굴리지 못한 탓
입력 2013-06-20 18:38
국내 은행은 자산(자본과 부채의 합)이 증가할 때 자본보다 빚이 크게 늘어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빌려온 돈을 제대로 굴리지 못한 탓이 크다.
한국은행 강종구 거시건전성연구부 부장 등 3명은 20일 ‘자산증가율과 레버리지증가율 간 관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자산증가율 상승 시 레버리지가 선진국보다 큰 폭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성도 빠르게 높아진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레버리지란 자본 대비 자산 비율을 말한다. 레버리지가 높아진다는 것은 자산의 증가속도를 자본의 증가속도가 따라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자산이 빚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분석 결과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은행의 자산증가율과 레버리지 증가율을 나타내는 추정계수는 1.13이었다. 반면 미국 상업은행은 0.64, 미국 투자은행은 0.84, 독일 은행은 0.62. 캐나다 은행은 0.55에 머물렀다. 국내 은행의 레버리지 증가율이 외국 은행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국내은행의 레버리지가 유독 높은 것은 빚으로 자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저금리의 장기화로 싸게 돈을 빌려와 자산투자를 하면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은행 간 경쟁이 심해지고, 투자 수익이 출렁이면서 결국 빚만 늘고 자본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됐다.
강 부장은 레버리지 상승은 은행 자본적정성을 악화하고 금융위기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