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수능 순위표] 특목高 수능 상위 휩쓸어… 일반고 몰락
입력 2013-06-20 18:24 수정 2013-06-21 01:42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외국어고·자립형사립고·국제고 등이 수능성적 상위권을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고는 바닥을 깔아 이들의 들러리로 전락했음을 입시 당국의 통계를 통해 확인됐다.
20일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실이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입수한 ‘2013학년도 수능 고교별 성적자료’에 따르면 언어·수리·외국어 3개 영역의 평균 성적이 1·2등급인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용인외고로 90.1%였다. 전체 9개 등급 중 상위권인 1·2 등급을 받은 학생이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인 것이다. 2위는 서울 광진구의 대원외고로 수능 1·2등급 비율이 88.3%였고, 강원도 횡성군 민족사관고는 82.2%, 전북 전주의 상산고 81.8%, 한영외고 81.2% 순이었다. 전체 20위 가운데 외고, 자사고, 국제고가 19개였다. 50위 안 학교의 유형을 살펴보면 외국어고가 29개교로 과반을 넘겼고, 자사고 6개교, 과학고와 국제고가 각각 4개교, 영재학교 2개교, 종합고가 1개교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고의 슬럼화는 심각한 지경이었다. 평균 성적 상위 20위 안에 일반고로는 충남 공주시의 한일고(15위·75.2%)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50위 안에는 충남 공주시의 공주대부설고(32위·63.8%), 경기도 광명시의 진성고(46위·49.6%), 경남 거창의 거창고(47위·49.2%) 등 4개 학교가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한일고, 공주대부설고, 거창고는 교육부가 전국단위로 우수한 학생들을 가려서 받을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학교들로 일반고로 분류하기 어렵다. 또한 1·2등급의 비율이 1%이하인 일반고는 모두 179개로 집계됐다. 일반고 전체인 1411개의 12.7%에 해당하는 수치다. 1·2등급 비율 5% 이하인 학교는 536개교로 전체의 37.9%나 됐다.
시군구별 수능 성적도 자사고·과학고·외고 등이 좌우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강원도 양구군은 언어·수리 나·외국어 평균 점수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역 강원외고가 첫 졸업생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서초구, 부산 연제·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광주 남구, 경기 과천시·김포시·의왕시, 충남 공주시, 경남 거창군 등 외고나 과학고 등을 보유한 지역이 모든 영역에서 상위 3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수능에서도 재수생의 강세가 이어졌다. 재수생은 모든 영역에서 재학생보다 평균 점수가 높았으며 격차는 커지고 있었다. 2012학년도 언어 격차는 8.0점이었지만 지난해 9.0점, 수리 가는 5.4점에서 6.8점, 수리 나는 8.8점에서 9.9점, 외국어는 9.5점에서 10.7점으로 벌어졌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재수생이 공교육과 병행하는 재학생에 앞서는 것이다. 정부가 ‘쉬운 수능’ 기조 하에 EBS 연계율을 70% 이상으로 맞추는 등 사교육 억제책을 쓰지만 여전히 사교육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