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상대 ‘비밀 짝퉁 매장’ 적발
입력 2013-06-20 18:25 수정 2013-06-20 22:31
지난달 29일 경기도 평택 송탄동 미군 오산공군기지 앞 허름한 패션잡화 가게에 관세청 사법경찰관들이 들이닥쳤다.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한 이들은 매장 안 가방을 모두 치우고 한 진열대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진열대를 뜯어내자 지하로 내려가는 비밀 계단이 나타났다. 이른바 비밀 ‘쇼룸(show room)’이다. 지하에는 중국에서 생산, 밀수입된 ‘짝퉁’ 명품 1000여점이 쌓여 있었다. 시가 12억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관세청 서울세관본부는 이날 이곳을 포함한 2곳의 짝퉁 판매점을 급습해 매장 주인 A씨(45) 등 2명을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짝퉁 상품의 본토 반입을 우려한 미국 국토안보부가 처음으로 관세청과 공조 수사를 벌여 성과를 거뒀다.
A씨 등은 매장 1층에는 유명 상표가 아닌 일반 가방만을 진열 판매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지하 짝퉁 매장에는 국내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주한미군 등 외국인만을 들여보냈다. 실제로 과거 일부 단속기관이 매장을 조사하고도 불법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관세청은 밝혔다.
관세청은 이들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짝퉁을 판매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미국 국토안보부에 수사관 협조를 요청했다. 국토안보부는 2002년 대테러 기능 통합을 위해 세관·출입국사무소·비밀경찰국 등 기존 조직을 흡수 설립된 미국 최대 행정부처다.
철저하게 짝퉁 판매 사실을 숨겨왔던 판매업자도 주한미군으로 위장한 국토안보부 조사관에게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조사관을 지하 비밀 매장으로 데리고 가 짝퉁 가방을 판매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국토안보부는 이들 외에 다른 짝퉁 매장의 정보도 관세청에 넘겨주는 등 위조 상품 단속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최근 짝퉁 상품이 본토에 밀수입되는 경우가 많고 범죄에도 악용될 소지가 높은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이태원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 비밀 매장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특히 업자들이 단속을 피하고자 외국인만을 상대로 판매하는 만큼 외국 대사관과의 공조를 통해 실효성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