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재계는 반성부터…
입력 2013-06-20 18:44
경제민주화 논란이 한창이다. 여야는 6월 국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재계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상적 기업 활동마저 위축된다며 연일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제민주화 부작용으로 우리 기업의 생산기지가 대거 해외로 이전될 수 있다는 ‘경제 엑소더스’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8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가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재계의 볼멘소리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빠진 게 하나 있다. 누가 경제민주화의 단초를 제공했는지, 왜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민주화란 단어가 사라지고 않고 있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다.
국민일보가 18∼20일 연속보도한 ‘20대그룹 불공정, 그 불편한 진실’을 보면 경제민주화 바람을 불러일으킨 원인 제공자는 대기업들임을 알 수 있다. 2003∼2012년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20대그룹은 지난 10년간 연 평균 3.35건의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 공정위가 전체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의 78.2%에 해당하는 2조6665억원도 20대 그룹 차지였다. 이들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담합행위를 주도하고도 리니언시(자진신고자감면제도) 제도를 악용해 1조원 안팎의 과징금을 면제받기도 했다.
그동안 대기업이 겉으로는 상생·윤리경영을 외치면서 뒤로는 불공정행위에 가담한 임직원을 감싸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 것도 확인됐다.
최근 벌어지는 경제민주화 논쟁에서 재계는 이 같은 ‘어두운 과거’에는 침묵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법안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말뿐인 자성과 근절 다짐이 아닌 진정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재계의 ‘이유 있는 반항’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경제부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