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발표 금융시장 ‘버냉키 쇼크’
입력 2013-06-20 18:46 수정 2013-06-20 22:19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돈을 무한정 푸는 양적완화(QE)의 단계적 축소 방침을 밝히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둔화됐다는 지표까지 나오면서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른바 Fed의 ‘출구전략’이 시작되면 그동안 막대하게 풀린 돈의 힘으로 탄력을 받아온 경제활동과 금융시장이 다시 침체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 개선된다면 올해 말부터 매달 85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지표가 지속적으로 기대에 부응할 것을 전제로 “내년 상반기까지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지속해 중반에는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Fed가 QE를 공식적으로 끝내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며 버냉키 의장도 Fed가 경제 상황을 봐가며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버냉키 의장이 “내년 중반” 등 QE를 끝낼 시간표까지 언급한 것에 주목, 출구전략의 시행이 확고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날 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06.04포인트(1.35%) 떨어진 15112.19에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종합지수는 38.98포인트(1.12%) 내린 3443.20을 기록했다. 통화량 축소 방침에 따라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가 2.35%를 기록, 지난해 3월 이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중국의 6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8.3으로 9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여 중국 제조업 둔화 징후가 뚜렷해진 것도 추가 악재가 됐다.
우리 금융시장에서 증시는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했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82포인트(2.00%) 내린 1850.49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5.82포인트(1.10%) 빠진 525.59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9원 오른 1145.7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7월 26일(1146.9원)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중국 일본 홍콩 호주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1∼3%대의 낙폭을 보였으며 아시아 신흥국을 비롯한 각국의 통화가치도 미국 달러화에 비해 1%이상 떨어졌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김찬희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