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예고] 경제 자신감에 극약 처방… 단기적 쇼크·장기적 보약

입력 2013-06-20 18:16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것은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에 근거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 축소가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015년 이전까지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Fed의 미국 경제 낙관론=Fed는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3∼2.6%로 제시했다. 지난 3월(2.3∼2.8%)에 비해 다소 낮춘 것이지만 내년 전망치는 종전 2.9∼3.4%에서 3.0∼3.5%로 상향 조정했다. 양적 완화 정책과 기준 금리 인상의 중요 지표로 간주됐던 실업률 전망치는 올해 7.2∼7.3%에서 내년 6.5∼6.8%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실업률이 2012년 12월 3차 양적완화(QE3) 시행 당시 제시했던 실업률 목표치 6.5%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Fed는 성명서에서 “경제 전망과 노동시장에 대한 하방 위험이 지난해 가을 이후 축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분석가인 마크 매튜스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의 경제 성장이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먼 미래의 일=버냉키 의장은 “자산 매입(양적완화)이 일정 규모로 축소된다고 하더라도 자산 매입의 속도를 줄이는 것이지 현재 보유한 채권을 파는 건 아니다”면서 “기준 금리를 높여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도 아직까지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밝혔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위원 19명 중 14명은 2015년까지 금리 인상이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버냉키 의장은 “최대 고용률 달성과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만약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코티아 캐피털의 카밀리아 서튼은 “실업률이 2014년에 6.5%(금리인상의 기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면서 “이 경우 Fed의 금리 인상 시점은 2015년 1분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바클레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게펜은 블룸버그통신에 “그동안 경제 회복을 이끌어주던 양적완화 정책이 돌아서기 시작했다”면서 “향후 몇 년 동안 시장은 경제 성장의 든든한 후원자가 사라진 현실과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양적 완화 정책의 대전환기를 맞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양적완화 축소가 시점의 문제일 뿐 이미 예고돼 왔다는 점에서 시장에 주는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랜드콜트 캐피털의 토드 쉔버거는 “앞으로 시장은 양적완화 자체보다는 2015년까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부분을 더욱 중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의 교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새로운 불확실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소개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