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예고] 日 ‘아베노믹스’ 진퇴양난

입력 2013-06-20 18:17

미국의 출구전략 예고에 일본과 유럽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올 하반기 3대 위험요인으로 꼽았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불안,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가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공격적인 금융완화를 선보였던 일본은행은 장기금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새로운 카드조차 마땅찮은 상황에서 시장은 정책 의도와 반대로 반응하고 있어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의 고민도 깊어졌다.

일본 정부는 장기금리 하락을 노리며 금융기관의 국채를 대거 매입했지만, 장기금리는 오히려 금융완화 이전보다 상승한 상태다. 국채시장의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블룸버그가 20일 공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만기 1년 이상의 일본국채는 지난 1분기 1.8%의 손실을 기록하며 2003년 3분기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일각에선 그간의 금융완화 효과가 국채시장 혼란으로 돌아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둔화됐고, 장기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주택대출과 기업대출 금리가 오르는 등 부작용도 현실화 됐다.

구로다 총재는 19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 “일본은행의 양적·질적 완화 의도와 관련해 오해와 혼란이 초래됐다면 매우 유감이며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필요한 조정은 하겠다”며 상황에 따른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시사했다. 일본은행은 이른바 ‘다른 차원의 완화’ 조치로 시중 은행에 기업대출을 압박해 설비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은행이 저축을 국채로 운용해 이익을 내는 것에 대해 구로다는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은행의) 운용수단을 제외시키면, (돈을) 대출로 향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재정 위기 수습과정에서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난 유럽중앙은행(ECB)도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경기회복을 위해서라면 자산 매입과 같은 변칙적인 정책도 불사하겠다며 “ECB가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이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ECB가 지난 6일 기준금리 동결시 감지된 대로 유럽도 출구전략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영국은 조심스런 분위기다. 19일 공개된 영국 중앙은행(BOE) 통화정책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달 말 퇴임하는 머빈 킹 BOE 총재가 채권 매입규모 확대에 찬성했고, 마크 카니 신임 총재 내정자도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을 옹호해 왔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