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예고] 신흥국 좌불안석… 출구전략 직격탄 시장 피멍
입력 2013-06-20 18:17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버냉키 쇼크’는 신흥국에서 유독 매서웠다. 실체 없이 ‘돈의 힘’으로만 밀어올린 신흥국들의 호황 파티는 끝났고, 다음 수순은 선진국으로의 자금 유출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신흥국 시장에서 주식·채권·환율의 ‘트리플 약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에 풀린 자금, 다시 미국으로 회귀=금융투자업계는 20일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발표가 미국 등 선진국보다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미국이 세계 시장에 찍어냈던 달러가 회수되면서, 유동성 호황을 맞았던 신흥국의 주식·채권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 이후 미국 주식시장 하락 폭은 1% 정도였지만 브라질 주가는 3.18% 급락했다”며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라 이머징 마켓에서는 단기적으로 금리 상승, 통화 가치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도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 경제의 점진적 회복을 시사하기 때문에 달러화 표시 자산의 선호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버냉키 의장이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처음 시사한 뒤 신흥국 외환시장에서는 통화가치가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이날 인도 루피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고, 필리핀 페소화도 1% 이상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현재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기초체력 허약한 신흥국의 공포=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지난달부터 자금이 계속 빠져나오는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릭스(BRICs), 중국, 친디아(CHINDIA·중국과 인도가 형성한 경제권), 러시아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지속적으로 환매가 이뤄지며 ‘달러캐리트레이드’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브릭스 펀드에서는 최근 1개월간 1434억원이 빠져나왔다. 같은 기간 중국(2081억원), 친디아(450억원), 러시아(298억원), 중남미(109억원) 등의 펀드에서도 유출이 컸다. 반면 미국 주식형펀드로는 자금이 5개월 연속 순유입되는 추세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특히 신흥국들이 양적완화 축소를 두려워하는 이유로 꼽힌다. 경제 기초체력이 부족한 국가일수록 유동성 거품이 빠지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김 연구원은 “신흥국 경제성장세가 둔화할수록 투자자본의 이탈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