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출신이 황보건설 로비 창구 역할”

입력 2013-06-20 18:08 수정 2013-06-20 22:30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황보건설에서 국정원 출신 J씨가 대표 황모(61·구속수감)씨의 공사 수주 대외창구 역할을 했다는 내부자 진술이 나왔다. J씨는 황씨가 여러 건설사를 반복적으로 세웠다 폐업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보건설 핵심 관계자는 20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J씨는 황보건설에서 주로 로비를 담당했던 것으로 안다”며 “원세훈씨가 국정원장에 취임한 이후 황씨가 국정원 출신이라는 J씨와 연결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황보건설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J씨가 황보건설에서 자문 역할을 하며 회사 운영과 영업에 관여했다”면서 “황씨 옆에 붙어 다녔고 주변에서는 국정원 출신의 ‘J교수’로 통칭해 불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J씨가 2012년 5월 이후 서울 남산동 사무실에도 자주 나타났다”고 전했다. 황보건설이 수주한 서울 지역의 한 아파트 현장소장 역시 “2011년 초부터 두세 차례 봤다”며 “국정원 출신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황보건설 내부에서는 그를 ‘J교수’로 통칭해 부를 뿐 정확한 신분을 아는 임직원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황보건설 일부 관계자들은 그가 황씨와 원 전 원장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황씨와 원 전 원장은 오랫동안 알아왔고, 친분도 두터웠기 때문에 J씨가 할 역할이 적었다”고 했다.

황씨는 2011년 9월과 10월 각각 자본금 3억원, 5000만원으로 D건설과 황보종합개발을 설립해 자신의 친인척을 대표로 앉혔다. 황씨는 지난해 6월 D건설을 I건설로 변경했고, 자본금 7억원의 Y건설도 인수했다. Y건설은 2012년 7월 I건설로부터 건설업 양도양수 계약을 맺었고 이후 자본금을 12억1000만원으로 증액했다.

이 무렵은 황보건설이 자금 사정이 악화됐을 때다. 황보건설은 2012년 5월 14일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그해 8월 23일 파산했다.

이들 회사는 설립 이후 실적이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Y건설 고위 관계자는 “회사 설립 이후 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해 고의부도를 위해 회사를 세운 것 아닌가 의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이들 건설사를 모두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의부도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웅빈 나성원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