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청와대 제1 계명 “술·에어컨을 멀리하라”

입력 2013-06-20 18:05 수정 2013-06-20 22:27


박근혜 대통령은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다. 에어컨 바람도 싫어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 직원들도 음주를 자제하고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대장이 몸소 실천을 하는데 우리가 어찌 감히…”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장’은 새누리당 출신 청와대 직원들이 박 대통령을 지칭하는 은어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부터 청와대 비서진은 술을 절제했다. 숙취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었지만 실은 박 대통령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치인 시절 “사람과 만나면서 꼭 술을 마셔야 되느냐”며 측근들을 질책했을 만큼 음주문화를 기피한다.

일부 참모들은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나자 눈치껏 음주를 즐기려고 했다. 그러나 5월 초 대통령 방미 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밤새 술을 마시고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제 술은 청와대에서 금기어가 된 분위기다.

사실 청와대 경내는 진작부터 ‘금주구역’이었다. 한 행정관은 최근 기자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딱 한잔 마셨다. 그는 술을 조금만 먹어도 얼굴이 발개지는 체질이다. 식사 뒤 위민관(청와대 비서동)에 들어가려고 하자 경호관이 제지했다. “진짜 한잔만 먹었다”고 항변했지만, “다들 그렇게 얘기한다”는 답변만 듣고 30분가량 세수하고 입을 헹군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대부분 청와대 관계자들은 반주(飯酒)를 해도 ‘딱 한잔’ 이하로 먹겠다면서 양해를 구한다.

무더위 속에서도 청와대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 세계 1위 기업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접견을 와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삼성동 자택에 살 때 박 대통령은 “너무 더우면 15∼20분 살짝 에어컨을 틀었다가 냉기가 없어지기 전에 재빨리 잠이 든다”고 말했을 정도다. 당초 28도가 넘어야 에어컨을 틀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실내 온도가 35도가 넘어가도 선풍기만 강풍으로 돌릴 뿐이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근무를 하자 반팔 근무가 겨우 허용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단전호흡으로 건강관리를 하는데, 기(氣)수련 하는 분들은 에어컨 바람을 싫어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