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품질 최우선 경영 주효… 中 개혁개방에도 영감 줬다”
입력 2013-06-20 17:57 수정 2013-06-20 22:32
“품질 위주 경영,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소통, 미래지향적 사고가 삼성 성공신화를 일궜다.”(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
“삼성 신경영은 중국 개혁개방의 모범답안이었다.”(쉬바오캉 전 인민일보 대기자)
“삼성 인사의 핵심은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인재를 과감하게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김성수 서울대 교수)
국내외 석학들이 삼성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신경영의 의미와 성공요인,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국경영학회가 2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 호텔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는 기업 임직원과 교수, 학생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브랜드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케빈 켈러 미 다트머스대 교수는 “지난 20년간 삼성의 성공신화는 21세기에 손꼽히는 가장 위대한 경영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신경영 20주년을 맞은 삼성에 ‘리더가 되고, 보다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강한 서브 브랜드를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삼성이 소니와 애플을 따라잡는 도전자가 아니라 선두가 된 만큼 스스로 혁신하고 리더십을 쟁취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소유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더 깊숙하게 맥을 짚고 ‘갤럭시’ 같은 강력한 서브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켈러 교수는 강연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애플, 스타벅스, 버진항공 등 지난 20∼30년에 성공한 회사의 리더를 보면 비전과 열정을 갖고 있고 그러한 인간적인 품성이 조직에 불어넣어졌다”며 “미국 기업에서는 이러한 리더십이 비공식적으로 작용했다면 삼성은 공식화되고 코드화되고 명문화돼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가타야마 히로시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인재와 기술을 통한 품질경영’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삼성 경영의 특징을 스피드 경영, 타이밍 경영, 완벽 추구, 인재 중시 경영, 시너지 지향, 사업의 특성 통찰로 설명했다.
‘삼성 웨이’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이미 있는 제품의 원가를 낮추고 품질은 높이고 차별화하는 데는 최고봉이지만 세상에 없는 비즈니스, 제품, 서비스를 만드는 창조적 혁신은 달성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앞으로 삼성이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삼성 신경영’의 중문판을 번역한 쉬바오캉(徐寶康) 전 인민일보 대기자는 삼성의 신경영이 중국 개혁개방에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쉬 전 대기자는 1995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삼성 측의 요청으로 삼성 신경영을 번역하게 된 당시를 회고하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말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쉬 전 대기자가 번역한 책을 장 전 주석이 묵은 신라호텔 로열스위트룸 서재에 비치했고 장 전 주석은 방한 기간 중 이 책을 여러 번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쉬 전 대기자는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이 흑묘백묘론으로 개혁개방의 방향을 제시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아무도 몰랐다”면서 “삼성 신경영이 모범 답안을 제시해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정치 분야에서 부정부패 등 여전히 문제가 많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인간미와 도덕성을 잘 배우겠다고도 했다. 쉬 전 대기자는 38년간 인민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10년간 북한 특파원, 10년간 서울 특파원을 지냈다.
‘인사’ 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 신인사의 핵심을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인재를 과감하게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핵심인재를 확보해 미래 경영을 선도할 리더 풀(pool)을 미리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또 1∼2년간 월급과 체재비를 지원하며 해외 현지문화와 언어 등을 익히게 하는 지역전문가 제도로 90년 이후 현재까지 4700여명의 인재를 양성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재 해외법인장과 주재원으로 활동하며 삼성의 글로벌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략적 인사관리 분야의 대가인 패트릭 M 라이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USC)대 경영대학장, 시민사회컨설팅그룹 CSC LLC 대표인 켄 알렌 박사, ‘삼성과 소니’의 저자 장세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 상생, 브랜드·디자인, 전략 세션에서 토론을 이어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