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訪中 일정] 경협 모델 부각… ‘시진핑 배려’ 의미
입력 2013-06-20 17:34 수정 2013-06-20 17:35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중국 산시(陝西)성 성도이자 천년고도(千年古都) 시안(西安)을 방문키로 한 것은 한·중 정상의 돈독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953년 베이징에서 출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기반이 바로 이곳과 부근의 옌안(延安)이기 때문이다. 부친 시중쉰(習仲勛)은 산시성에서 태어나 이 지역 산간지역 소비에트해방구 주석, 중국 공산당 서북국 서기 등을 지내며 서북지역 맹주가 된 뒤 베이징에 입성해 국무원 비서장, 부총리 등을 지냈다.
시 주석 역시 아버지의 중앙 정치무대 활약시기에 출생했지만 16세 때 산시성으로 하방 조치를 당한 뒤 이곳에서 성장해 중앙으로 진출했다. 시중쉰의 묘역도 시안에서 멀지 않은 푸핑(富平)현 타오이(陶藝)촌에 조성돼 있다. 시 주석 스스로도 “산시성은 내 생명의 근원이고 인생의 전환점이며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지역”이라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는 중국 측과 베이징 이외의 지방도시 한 곳을 박 대통령 방문지로 선정하기 위해 한 달 이상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하다 시안으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시 주석의 정치적 배경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시안이 이번 양국 정상외교를 그대로 대변할 도시라는 점을 우선 고려했다는 전언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고대 실크로드 시발점인 시안은 한국과 중국 서부지역 간 교류·협력의 중심지로서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중앙아시아 및 유럽 진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등 양국 간 미래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70억 달러 규모의 시안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점도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반도체 공장 자체가 한·중 경제협력의 모델이 될 만하다는 것이다.
시안은 한나라에서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1000여년간 중국 수도로 과거 장안(長安)이란 이름으로 유명했다. 중국의 중화(中華)사상 진원지이자 ‘중원(中元)’이라는 개념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등 역사적 유물이 많다.
박 대통령은 최근부터 평일 일정을 최소화하면서 중국 방문 준비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한·중 정상이 일치된 메시지를 내놓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아울러 오랫동안 유지해온 시 주석과의 유대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시 주석 개인사까지 공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