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양적완화 축소·중단에 철저히 대비하길

입력 2013-06-20 18:37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매월 850억 달러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의 출구전략 로드맵을 발표했다. 버냉키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예상대로라면 FOMC는 올해 말부터 양적완화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지표가 지속적으로 기대에 부응할 것을 전제로 “내년 상반기까지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지속해 중반에는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만 언급했던 버냉키 의장이 공개적으로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이날 뉴욕 증시가 급락한 반면 미국 달러화는 급등했다. 버냉키 발언 이후 개장한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도 20일 2% 안팎의 낙폭을 보였다. 우리나라 코스피는 1850.49로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유럽연합과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출구전략을 마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각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신흥국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고 달러화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투자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된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현금인출기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정부는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시장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단계별 비상계획을 실행하기 바란다. 또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규제 확대 및 시행을 검토하고, 주요 20개국과의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한국에겐 수출을 늘릴 기회”라는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재계는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중·장기적인 호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