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은 사회 불평등을 그대로 반영”…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입력 2013-06-20 17:04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제프 페럴(시대의창·1만8000원)

‘쓰레기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다룬 책. 도시의 쓰레기를 수집하는 일, 저자에게는 지저분하고 불쾌한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에 대한 경고이자 오늘의 소비문화 이면을 밝히는 과정이었다. 저자는 “버려진 모든 것들은 버려지지 않은 것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남긴다”고 말한다.

저자 제프 페럴은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에서 사회학과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2001년, 재직 중이던 애리조나 대학의 종신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고향인 텍사스로 돌아온 후 8개월 동안 일정 수입 없이 거리를 떠돌던 시절의 이야기다. 개인적이고 학술적인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시작한 결정이었지만 생존을 위해서도 쓰레기를 뒤져야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사회학자 특유의 통찰력으로 버려진 물건의 주인이 거쳐간 삶을 추적한다. 또 소비문화 천국인 미국 사회에 대한 거시적인 문제도 지적한다. 끝없이 확산되는 소비문화, 나날이 커져가는 빈부 격차, 글로벌 경제의 대량생산과 낭비가 그것이다. 누군가 버린 쓰레기는 또 다른 이에게는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저자는 거리의 쓰레기통만큼 사회의 불평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없다고 결론짓는다. 김영배 옮김.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