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하는 청주 장송 숲은 탁상행정의 결말
입력 2013-06-20 16:23 수정 2013-06-20 16:33
충북 청주시 중앙로의 ‘장송(長松) 숲’이 혈세만 낭비한 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장송을 식재한지 1년 만에 절반 이상이 고사했다.
20일 시에 따르면 시는 2011년 수령 150~200년의 장송 15그루를 강원도 홍천에서 1000만~1400만원씩에 구입해 장송 숲을 조성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소나무가 죽은 상태다. 지난해 7그루가 고사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5그루가 말라 죽어 3그루만 남았다. 남은 3그루도 붉은 빛을 띠면서 잎이 마른 상태다.
장송 숲의 고사는 이미 예견됐다. 이 곳은 지하 매설물 등에 따른 생육공간 협소, 매연과 분진, 급·배수 불량, 고온건조 현상, 야간조명 등 소나무가 살기에 최악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나친 가지치기로 ‘전봇대 소나무’로 불린 장송 숲은 끊임없이 제기됐던 지적과 비판을 무시한 탁생행정의 전형으로 꼽힌다.
시는 죽은 장송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다른 나무를 심기로 했다. 이 작업은 오는 10~11월 이뤄지며 비용은 이식업체가 부담한다. 남아있는 장송 3그루는 영양제 주입 등 집중 관리를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죽은 소나무를 베어내고 보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시공사의 하자 보수로 추가적인 예산 투입은 없다”고 전했다.
환경단체들은 시의 무책임한 행동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오경석(38) 정책국장은 “전문가 의견이 무시된 사업으로 탁생행정의 결말이나 다름없다”며 “시는 가치가 높은 장송과 혈세를 낭비한 공무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글·사진 홍성헌 기자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