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년… 적군의 눈으로 본 한국전쟁

입력 2013-06-20 17:37


한국전쟁/왕수쩡/글항아리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작가 모옌이 “중국 역사 논픽션의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만들어냈다”고 추켜세운 루쉰문학원 동기생 왕수쩡(王樹增·61)의 ‘한국전쟁’은 1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이다. 중국군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한반도 밖의 세계에서 1950년 6월 25일은 평범한 날이었다. 중국인민해방군 제38군 114사단 342연대 1대대 연대장이었던 차오위하이(曹玉海)는 그날 오전 햇빛이 찬란한 우한(武漢)의 큰 길을 걷고 있었다. 차오위하이를 사랑한 간호사가 그에게 프러포즈한 그날, 그는 방송에서 중국과 접경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24쪽) 한국전쟁 소식을 듣고 옛 부대로 복귀한 차오위하이는 그러나 8개월 뒤 한강 남쪽 기슭에서 미군과의 육박전 끝에 가슴과 배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역시 6월 25일,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부근의 캠프 우드에 주둔하던 미군 1대대 대대장 찰스 스미스 중령은 몹시 피곤했다. 그날은 그가 속한 미군 제24보병사단 창설기념일이었다. 사단사령부는 성대한 가장무도회를 열었지만 그는 계속 두통에 시달렸다. 며칠 뒤 그는 연대장 리처드 스티븐슨으로부터 명령을 받는다. “스미스의 임무는 즉시 부대를 이끌고 비행기로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스미스가 아내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할 때 창밖은 비바람이 몰아치고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의 말을 빌리면 ‘하나님이 우리 사랑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27쪽)

저자는 이런 교차적인 입장을 도입부에 부각시킨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전쟁은 한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에서 일어났다. 그러

나 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평범한 중국인과 평범한 미국인으로부터 서술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역사다.”

그렇더라도 저자는 슬그머니 한국전쟁에서 중국군이 미군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를 규명하는 일에 초점이 맞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군 참전자들의 다원화된 증언을 통해 한국전쟁의 입체성을 한층 배가시킨 것은 이 책이 지닌 미덕이자 장점이다.

예컨대 1950년 10월 20일 새벽 압록강을 건넌 중국인민해방군 부총사령관 출신인 펑더화이(彭德懷)가 당시 퇴각하고 있던 김일성과의 회담을 위해 평북 창성군 북진 부근의 대유동 금광으로 꼬박 하루를 이동한 것은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그가 무장호위도 없는 상황에서 남쪽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한국군 1개 연대가 거의 그와 어깨를 스칠 듯이 지나가 그의 뒤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이 중국 고위 장교는 사실상 포위된 상태였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그는 스스로 포위망을 뚫고 걸어 나왔다.”(203쪽)



한국전쟁 당시 두 눈을 잃은 헤이룽장(黑龍江)의 한 노병은 남동생에게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어달라고 할 정도로 중국 내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저작이다. 나진희 황선영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