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화려한 날은 가고…” 수익성 악화일로에 신규 채용 ‘반토막’
입력 2013-06-19 19:18 수정 2013-06-19 22:34
직장인에게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은행의 ‘화려한 봄날’이 저무는가. 최근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자 은행들이 신규 채용규모를 줄이고 나섰다. 영업점과 본부 조직 모두 최소한의 규모로 운용하는 등 내부 ‘조직 다이어트’에도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경영 합리화를 주문하며 채찍을 들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농협·우리·외환은행의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규모는 약 901명이다. 지난해 1693명과 비교하면 47%나 감소한 수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이 나빠진 데다 성장이 정체되면서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신규 채용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채용인원을 200여명으로 줄였다. 일반적으로 하반기 채용 규모가 상반기보다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신입행원은 500명도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상반기에만 400여명을 채용했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92명이었던 해외대학 졸업자 채용 규모를 46명으로 낮췄다. 하반기 채용을 지난해 수준인 100여명으로 하더라도 전체 채용인원이 25%가량 줄어든 셈이다. NH농협은행은 상반기 채용규모를 지난해 580명에서 올해 300명으로, 하반기는 558명에서 200명으로 축소했다.
여기에다 각 은행은 영업지점 줄이기에 돌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49개에 이르던 영업지점 수를 937개로 감축했다. 2곳의 점포를 금융센터로 통합하거나 영업지역이 가까운 지점을 통·폐합했다. 농협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점포 5개를 없앴다. 우리은행도 3개 지점을 축소했다.
본부조직도 ‘군살’을 빼고 있다. 외환은행은 영업력 강화를 내세우며 본부 인력 140명을 영업점에 재배치했다. 60여명은 휴직·퇴직·연수 등으로 내보냈다. 우리금융그룹은 이순우 회장 취임 이후 지주회사 인력을 170명에서 90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임원 자리는 8개에서 5개로 줄어들었다. 우리은행 본점 인력의 10% 정도를 영업점에 재배치할 계획이다.
은행이 수익성 악화에 빠지자 금융당국도 변화를 강조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은행산업이 수익성을 높이려면 취약한 비이자 부문의 이익을 늘리고, 경영합리화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