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재계 “나설 때 아니다” 협의회장 서로 사양

입력 2013-06-19 19:08 수정 2013-06-19 22:33


대기업 홍보임원들의 협의체가 차기 회장을 뽑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제 사정(司正)의 칼바람이 몰아닥치자 회장직을 맡으려고 나서는 대기업 홍보임원이 없는 상태다. 협의회 회장 자리마저도 손사래를 치며 기피하는 상황은 얼어붙은 재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운영하는 ‘경제홍보협의회’는 30대 그룹의 홍보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이다. 각 그룹을 대표하는 홍보 임원들이 두 달에 한 번가량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경제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회의체다. 대부분 각 그룹의 홍보 수장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회장은 회원들의 추대로 뽑히는 게 관례다.

경제홍보협의회 회장을 맡았던 장일형 한화그룹 홍보팀장이 이달 초 한화를 떠나며 협의회 회장 자리가 비게 됐다. 이후 아무도 회장 자리를 맡으려고 하지 않아 공석이 길어지고 있다.

홍보 임원들이 움츠리는 것은 전방위 경제 사정과 경제민주화 법제화 국면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서 봤자 좋을 게 없다’는 현실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친목과 정보교류 성격의 협의회를 이끌 회장 자리마저 경제 사정으로 인해 다들 기피하는 불편한 자리가 돼 버린 것이다. 홍보 임원들은 다른 기업의 임원이 회장직을 맡아 주기를 서로 기대하는 눈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9일 “홍보 임원도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협의회 회장을 맡는 것이 회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장자나 큰 규모의 회사 임원을 자연스레 회장으로 추대해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튀면 안 된다’라는 강박관념이 퍼져 있는 것 같다”면서 “경제 사정의 타깃이 된 기업 임원들에게 회장 자리를 권유할 수도 없고 별 문제가 없는 기업의 임원들은 고사하고 있어 회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회장 자리가 빨리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홍보 임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며 재계의 정보 장터가 됐던 경제홍보협의회가 유명무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