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펜타곤에 한국전쟁 전시관 개관…헤이글 美국방 “한국보다 더 나은 동맹 없다”

입력 2013-06-19 18:56 수정 2013-06-20 00:37


미국에서 오랫동안 6·25전쟁의 별칭은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었다. 별 준비 없이 참전했다가 승리하지도 못하고 돌아온 불명예스러운 전쟁, 그래서 잊고 싶은 전쟁이었다. 하지만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잊혀진 승리’라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펜타곤(국방부 청사) 1층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 등 양국 관계자, 한국전에 참전한 ‘백전노장’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 전시관(The Korean War Exhibit) 개관식이 열렸다(국민일보 1월 8일자 참조).



전시관 중앙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15개 위에는 ‘1950∼1953, 잊혀진 승리(Forgotten Victory)’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미 국방부 ‘한국전 정전60주년 기념위원회’의 데이비드 클라크 사무국장(대령)은 “이제 돌아보니 한국전이 패배한 전쟁이거나 교착상태로 끝난 게 아니라는 인식이 반영됐다”며 “전쟁을 통해 지켜낸 한국이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민주주의 모범국이 됐을 뿐 아니라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 됐다는 점에서 한국전은 승리한 전쟁이며, 그동안 미국이 이를 모르고 있었을 뿐이라는 깨달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안호영 대사도 “잊혀진 전쟁과 잊혀진 승리는 한 단어가 다르지만 큰 차이가 있다”며 “잊혀진 전쟁에 흐르는 정서가 좌절감인 반면 잊혀진 승리에는 ‘내가 참전한 결과를 보라. 한국의 경제적 번영과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보라’는 자부심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사는 “미국인들은 한국전이 승리였고, 결코 잊혀진 전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구호인 ‘잊혀진 승리’가 던지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한국전 전시관은 국방부 직원과 방문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5번 회랑과 6번 회랑이 만나는 공간에 자리잡았다. 대형 모니터들로 채워진 ‘비디오 벽(Video Wall)’에서는 한국전 당시 사진과 전투 장면, 참전용사의 회고 동영상들이 비치고 있었다.



그래픽과 여러 시각 자료를 이용해 전쟁의 양상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한 ‘한국전 연대기’ 전시물도 눈길을 끈다. 복도를 따라 당시 사용됐던 무기와 전투복 등이 전시됐고, ‘한국에서 전쟁(War In Korea)’이라는 제목의 1면 전면기사가 실린 당시 미국 신문과 한국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벽에 걸렸다.



이 전시관은 몇 주 후부터 연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펜타곤 정례 투어 코스’에 포함돼 방문객들을 맞게 된다.



헤이글 국방장관은 개관식 축사에서 “나는 한국과 같이 짧은 기간에 이만큼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나라를 알지 못하고, 한국보다 더 나은 미국의 동맹을 알지 못한다”면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헤이글 장관은 “한·미관계는 이제 한반도나 동북아 지역을 넘어섰다.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어린 시절 네브래스카주에 살 때 부친이 2차 세계대전 참전 직후 또 한국전 참전을 위해 버스를 타고 떠나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전용사 대표로 참석한 루이스 유잉 한국전참전용사협회 사무국장은 “이 전시관은 우리가 왜 한국에 갔고 무엇을 성취했는지를 미국인들에게 교육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클라크 사무국장은 “이 전시관은 펜타곤 내에서도 가장 현대적인 전시시설”이라며 “60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축하하고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과 한국군의 희생을 되새기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