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0% 시대… ‘시장금리+α’ 투자상품 승부수

입력 2013-06-19 18:36 수정 2013-06-19 22:16


[활로 찾아나선 ‘위기의 증권가’] (중) 을지로 향한 금리전쟁

은행 정기예금으로 재테크를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계속된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0%에 가까워진 지 오래다. 국내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연 2%대로 추락했고, 정기적금에서는 연 4% 상품도 사라졌다.

여의도 증권가는 요즘 은행 금리가 낮아진 틈을 파고드는 데 사활을 걸었다. ‘시장금리+α’의 수익률을 내걸고 을지로 은행가에 ‘금리 전쟁’을 선포했다. 위험을 방지할 수 있으면서도 은행이자보다 나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며 각종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브라질 정부가 6% 수준으로 부과하던 금융거래세(토빈세)를 폐지하자 증권사들은 브라질 국채 관련 라인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KDB대우증권은 지난 12일부터 잔존만기 1년6개월의 브라질 할인채를 중개하고 있다. 토빈세 폐지에 따라 지금껏 취급하던 장기채, 물가채에 이어 단기채까지 브라질 국채 중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만기 수익률은 9.3% 수준이다. 만기 시점에 환손실이 발생하면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채권에 재투자하는 전략을 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등에 따라 재테크의 트렌드를 ‘절세’로 잡은 우리투자증권도 중요한 상품 목록에 브라질 국채를 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브라질 이표채는 연 7∼10%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도 6개 나라의 국채로 구성된 해외 채권형 랩 상품을 판매하면서 브라질 국채를 빠뜨리지 않았다.

‘인컴펀드’를 내세우는 증권사들도 많다. 인컴펀드는 배당주 등 지속적인 소득을 발생시키는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는 목표로 운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고배당 주식·채권에 선별 투자하는 ‘프랭클린템플턴미국인컴’ ‘JP모간아시아퍼시픽인컴’ ‘블랙록글로벌멀티에셋인컴’ 등을 추천했다. 연 5∼9%의 수익률이 목표다.

자산관리에 강점을 지닌 미래에셋증권도 국내외 다양한 채권·리츠·고배당 주식 등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글로벌인컴펀드’를 앞세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투자환경에서 대안으로 삼을 만한 투자 상품”이라며 “특히 과거에 비해 투자 태도가 신중해진 자산가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은 공통적으로 ‘랩’(돈을 맡기면 금융회사가 알아서 운용해주는 간접형 펀드 상품)을 내세웠다. 삼성증권의 자문형 ELS(주가연계증권) 랩 상품은 시황에 맞는 다양한 구조의 ELS 편입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해당자에게는 월 이자지급식 형태로 수익발생 시기를 분산시켜주는 것이 장점이다. 현대증권의 ETF(상장지수펀드) 적립식 랩은 지수 하락 시 레버리지 ETF를 저가 매수하는 전략으로 상승 시점에 추가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고객이 지정한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ETF를 매도해 안전자산으로 운용하고, 추가 납입 금액은 지속적으로 ETF에 투자한다.

ELS와 파생결합증권(DLS)으로 활로를 찾는 증권사도 많다. 하나대투증권의 원금보장형 ELS는 최대 12%의 수익을 추구한다. 대신증권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ELS·DLS 상품들을 매주 출시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