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그룹 불공정 경영] 과징금 회피 수단된 ‘리니언시’… 담합 2건 중 1건

입력 2013-06-19 18:54 수정 2013-06-19 22:02

지난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담합 사건에서 20대 그룹은 2건 중 1건 꼴로 리니언시 혜택을 받았다. 리니언시로 면제받은 과징금 액수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리니언시 제도가 대기업, ‘그들’만을 위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2003∼2012년 공정위 의결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340건의 담합 가운데 230건(67.6%)에 20대 그룹이 연루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20대 그룹은 230건의 담합 중 95건(41.3%)에서 리니언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통상적인 리니언시 적용 비율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1999∼2010년 공정위가 적발한 전체 담합 사건 대비 리니언시 적용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공정위 의결서에 드러난 10년간 20대 그룹 담합 과징금은 모두 2조8485억원이다. 이들은 그 가운데 4548억원(16.0%)을 리니언시로 면제받아 실제 부과 과징금은 2조3937억원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의결서에 명시되지 않은 리니언시까지 감안하면 20대 그룹의 실제 감면액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공정위는 감면액이 큰 사건(명확한 금액 기준은 없음)의 경우 의결서에 리니언시 혜택 여부를 밝히지 않는다. 그만큼 감면액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09년 액화석유가스(LPG) 담합 사건을 다룬 공정위 의결서에는 6개 기업에 과징금 6689억원을 매긴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담합을 주도한 SK에너지와 SK가스는 리니언시 1·2순위를 인정받아 모두 2980억원의 과징금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개인보험 상품 이자율 담합으로 과징금 1578억원을 부과받은 삼성생명도 리니언시 2순위 혜택을 입어 과징금 가운데 789억원이 감면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건만 계산해도 숨겨진 감면액이 3769억원에 이른다.

20대 그룹은 리니언시로 과징금만 깎은 게 아니라 검찰 고발에서도 빠졌다. 형사처벌 상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20대 그룹 중 삼성이 10년 동안 18건으로 리니언시를 가장 많이 활용했다. LG가 17건으로 2위를 차지했고 LS(12건), 롯데(10건), SK(9건) 등 순이었다.

CJ그룹과 롯데그룹은 과징금보다 감면액이 더 컸다. 롯데는 지난 10년간 담합 과징금으로 모두 350억원을 부과받았지만 리니언시 감면액은 745억원이었다. CJ도 과징금(447억원)보다 큰 감면 혜택(477억원)을 받았다.

Key Word : 리니언시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공정위 조사에 협력하거나 담합 행위를 스스로 신고한 기업에 과징금 감면, 검찰고발 면제 등 혜택을 주는 제도다. 1순위로 자수하면 과징금을 100%, 2순위는 50%를 깎아준다. 1·2순위 모두 고발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별취재팀> 경제부=김찬희 차장(팀장), 이성규·선정수·백상진·진삼열 기자, 사회부=정건희·조성은·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