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그룹 불공정 경영] ‘리니언시 악용’ 이대론 안된다

입력 2013-06-19 18:36


리니언시는 도입 취지와 달리 대기업의 ‘방패’로 오용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담합으로 이윤을 충분히 뽑아낸 대기업이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면제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담합을 주도한 대기업의 감면 비율을 줄이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리니언시는 당초 담합을 한 기업 사이에 ‘불신의 고리’를 만들어 다시는 담합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국민일보가 2003∼2012년 공정위 의결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LG그룹은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리니언시로 과징금 감면 등을 이끌어냈다. 삼성그룹은 2006∼2011년 동안, LS그룹은 2008년부터 4년 연속 리니언시 혜택을 받았다.

대기업은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담합을 주도하며 중소업체를 끌어들여 놓고는 공정위에 ‘자수’를 해 제재를 피해왔다. 현행 리니언시는 1순위(과징금 100% 감면)와 2순위(50% 감면) 자진신고자에게만 특혜를 주기 때문에 정보력에서 앞서는 대기업에 유리한 구조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작은 이익을 챙겼는데도 처벌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다. 공정위가 조사 편의에 치중한 나머지 대기업의 반복적인 리니언시 악용에 눈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공정위는 성공적으로 리니언시가 정착되고 있다고 자평한다. 공정위는 “1999∼2004년 담합 과징금 부과 건수는 연평균 13건이었지만 2005∼2012년 연평균 27.5건으로 늘었다”며 “2005년에 조사 개시 전후와 관계없이 1순위 자진신고자에게 과징금을 100% 면제해주도록 제도를 바꾼 것이 주효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러 비판을 의식해 96년 리니언시를 도입한 이후 수차례 제도를 다듬었다. 지난해 1월에는 담합으로 제재를 받거나 자진신고로 혜택을 받은 뒤 5년 이내에 다시 담합에 연루되면 과징금 감면을 받을 수 없도록 제도를 고쳤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2개 사업자가 가담한 담합의 경우 2순위 신고자 50% 감면을 폐지했다.

공정위는 “담합 적발을 위해 리니언시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40여개국에서 리니언시를 운용하고 있고, 공통적으로 조사 개시 전 1순위 자진신고자에게 100% 감면 특혜를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학계에서는 추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담합을 주도한 대기업이 리니언시로 감면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며 “리니언시를 주도한 기업에는 감경 혜택을 축소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면 비율을 시장점유율에 반비례해 적용하는 시장점유율 연동 감면제가 대안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시장점유율 40%인 기업이 1순위 자진신고자일 경우 감면 상한선을 부과 과징금의 60%로 정하는 방식이다.

자진신고 기업에 과징금 등 행정 제재는 면제해 주더라도 형사고발 등의 조치는 받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담합하다 걸리면 패가망신’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담합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국민일보의 연속보도 이후 관련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공정위가 리니언시를 적용해 지난 5년 동안 담합 과징금을 모두 3조6000억원이나 깎아줬는데, 과징금 감면에 대한 기준이 매우 불분명하고 자의적이다”고 꼬집었다.

<특별취재팀> 경제부=김찬희 차장(팀장), 이성규·선정수·백상진·진삼열 기자, 사회부=정건희·조성은·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