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그룹 불공정 경영] 4차례 담합한 LG전자-삼성전자 모두 과징금 감액
입력 2013-06-19 18:36
(하) 리니언시, 藥인가 毒인가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앞세운 20대 그룹은 담합을 주도해 놓고도 리니언시를 이용해 과징금과 형사처벌을 피해왔다. 대신 ‘울며 겨자먹기’로 담합에 동참했던 중소기업은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특히 4대 그룹은 리니언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국민일보가 2003∼2012년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4대 그룹의 담합 적발 건수 대비 리니언시 적용률은 평균 51.1%에 이른다. 20대 그룹 평균(41.3%)보다 10% 포인트나 높았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공정위가 조사에 나섰는지, 무엇을 들여다보는지 등 각종 정보 입수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재계 라이벌인 삼성그룹과 LG그룹은 리니언시를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LG가 리니언시에서 만큼은 우세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모두 네 차례 담합을 했다. 그 가운데 3건에서 LG전자는 공정위에 1순위로 자진신고를 해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았다.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2순위로 이름을 올려 과징금 50% 감면을 받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담합은 1건을 제외하고 모두 두 회사만의 담합이었다. 1건은 LG전자, 삼성전자와 함께 캐리어가 2010년 시스템에어컨 정부조달 계약을 담합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LG는 1순위, 삼성은 2순위를 차지했다. 정보력에서 뒤처진 캐리어는 하루 차이로 삼성전자에 밀려 2순위까지만 인정되는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CJ그룹과 롯데그룹은 담합으로 실제 낸 과징금보다 감면액이 더 많을 정도로 리니언시를 적극 활용했다. 공정위는 2007년 CJ㈜, 삼양사, 대한제당의 설탕 가격 담합을 적발하고 총 과징금 511억3300만원(CJ㈜ 227억6300만원, 삼양사 180억200만원, 대한제당 103억6800만원)을 부과했다. 경쟁 제한 효과가 큰 위법행위가 장기간 지속됐고 국가경제 및 국민생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공정위는 삼양사와 대한제당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CJ㈜는 고발 대상에서 빠졌다. 최초 조사 협력자 지위를 인정받아 부과 과징금 455억2700만원에서 50%는 내지 않아도 됐다. 자진신고 외에도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담합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1차로 제출하는 등 조사에 적극 협력한 기업은 조사협력 1순위 인정을 받아 50% 이상 감면할 수 있는 제도(광의의 리니언시)가 반영된 것이다. CJ㈜는 설탕 매출액 1위인 데다 영업 임직원 모임을 주선하고 물량계획과 가격 인상안을 마련하는 등 가격 담합을 주도했었다.
LS그룹은 적발된 담합 15건 중 12건에서 과징금 감면을 받아 20대 그룹 중 리니언시 비중이 가장 높았다. LS전선은 적발된 담합(6건)에서 모두 리니언시 적용을 받았다. 5건은 1순위로 인정돼 과징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LS그룹 계열사인 가온전선도 적발된 담합(4건)에서 모두 리니언시를 이용했다.
삼성그룹은 적발된 34건의 담합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건에서 리니언시 혜택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포스코, 한진, STX, 신세계, 대우조선해양그룹은 리니언시 적용을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특별취재팀> 경제부=김찬희 차장(팀장), 이성규·선정수·백상진·진삼열 기자, 사회부=정건희·조성은·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