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검사, 간부들에 직격탄… “공소장 안 읽고 도장만 찍어대”
입력 2013-06-19 18:21
대전고검 임무영(50) 검사가 “검사들이 기소 내용을 읽지도 않고 도장을 찍는다”며 동료들의 무책임한 업무 태도를 비판했다.
임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검찰 업무처리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수사를 맡은 일선 검사들이 제출한 사건 관련 서류를 결재자인 부장이나 차장 검사들이 공소장이나 불기소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도장만 찍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려면 뭐하러 결재를 하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검찰 업무 처리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결재자들의 태도, 또는 마음가짐”이라고 단언했다. 임 검사는 “예전 임채진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 시절 월말에 열흘 정도는 아예 퇴근을 하지 않고 기록을 검토했다”며 “지금 부장들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검토한 기록에만 도장을 찍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대전고검에서는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 사건에서 검사가 날인을 누락해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임 검사는 이와 관련 “그 파장을 생각하면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되는 사건”이라며 “수사 검사가 실수를 하면 그 실수를 잡아주는 것이 부장과 차장 검사의 역할이다. 그것도 봐주지 않으려면 뭐하러 결재를 하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대전고검에서 항고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임 검사는 “사건을 처리하면서 가장 슬플 때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불기소했는데, 제가 다시 재기 수사명령을 내릴 때”라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