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브라질, 시위대처 극과 극

입력 2013-06-19 17:58

에르도안 총리 “반역자들 음모 저지 승리했다”

호세프 대통령 “민주주의 증거… 변화요구 수용”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브라질과 터키의 국가원수들이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당원들을 상대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승리’를 선언했다. 이스탄불 도심의 게지공원 개발 반대를 외치기 위해 처음 시위대가 모인 지 3주 만의 일로, 터키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탁심광장을 ‘청소’하는 데 성공한 일을 자찬한 것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 자리에서 “우리 민주주의는 또 한번 시험받았으나 결국 승리했다”며 “국민과 정의개발당 정부는 반역자들과 외국 공범들의 음모를 저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의 자평과는 달리 시위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타임지 등이 전했다. 시위 참여자들이 경찰의 난폭 진압을 피하기 위해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 광장 집회 금지 방침에 항거코자 행위예술가 에르뎀 균두즈가 이스탄불 탁심광장에서 17일 처음 시작한 ‘침묵시위’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경찰로서는 가만히 서 있는 참가자들을 연행할 수도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반면 중도좌파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25만여명이 거리로 나올 정도로 대규모로 확대된 자국 내 시위를 두고 보수 이슬람주의자 에르도안 총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처했다. 그는 18일(현지시간) TV로 공개된 연설을 통해 “어제 시위의 규모는 우리 민주주의가 강하다는 증거”라며 “수많은 젊은이와 어른, 손자,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함께 브라질 국기를 잡고 노래를 부르며 더 나은 국가를 위해 싸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시위대가) 자랑스럽다”고도 밝혔다. 브라질에서는 지난 7일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이 발표된 이후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 월드컵에 불만을 품은 전국 단위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시위 11일 만인 18일 지자체들은 교통요금 인상안을 속속 철회하고 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