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독일 브란덴부르크문 연설… “美·러 핵탄두 3분의 1 감축하자”

입력 2013-06-19 17:57 수정 2013-06-20 00:5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러시아에 양국이 보유한 전략 핵무기를 최대 3분의 1 추가로 감축하자고 제안했다.

독일을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동서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6000명의 시민과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와 정의의 의미는 핵무기 없는 안전한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특히 이날은 1963년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이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Ich bin ein Berliner)”라는 명연설로 미국에 대한 서베를린 사람들의 비판 분위기를 잠재운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냉전시기의 핵 안보전략을 넘어서서 러시아와 추가 군축을 협의할 것”이라며 “핵무기를 이렇게 줄이더라도 미국의 안보와 핵 억지력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과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새로운 틀을 짤 예정이라며 2016년에 전 세계 핵물질 제한을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2010년 러시아와 맺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제시된 핵탄두 수보다 최대 3분의 1을 줄이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New START 때 핵탄두 허용 상한이 1550개였던 점에 비춰 오바마의 제안은 양국의 핵탄두를 1000~1100개선으로 줄이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미 행정부 관리도 이날 오바마의 베를린 연설은 테러리즘과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겠지만 군축이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이날 연설을 냉전식 국가안보를 탈피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축 지지론자들은 오바마의 제안이 실행될 경우 연방예산 자동감축(시퀘스터) 후폭풍으로 고전하는 미 국방부가 예산을 절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 군축협회 추정에 따르면 핵탄두를 1000개 이하로 줄일 경우 미국은 향후 10년간 58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이번 오바마의 연설은 전임 미국 대통령들의 ‘베를린 연설’의 전통을 잇는 것이다. 1987년 6월 12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을 바라보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서기장을 향해 “당신이 평화와 번영과 자유를 원한다면 이 벽을 허무시오”라고 연설했다. 실제 2년여 뒤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1994년 7월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5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독일어로 “아무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이제 모든 것은 가능하다. 베를린은 자유다”라고 분단의 굴레를 벗어버린 베를린 시를 축하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