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 서로가 격려하는 문화 만들고 싶었다”… 희망 릴레이 ‘쌈드림’ 길거리 프로젝트 진행 최현우씨

입력 2013-06-19 17:51

지난 14일 저녁 서울 노량진초등학교 맞은편 인도에 설치된 작은 천막에 한 청년이 찾아왔다.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엽서 한 장을 건네받은 그는 다음 방문자에게 건네질 엽서에 새로운 응원 메시지를 적었다. 옆에 앉아있던 최현우(27)씨는 그가 엽서 작성을 마칠 때까지 키보드로 CCM과 경음악 등을 연주했다.

그는 응원 카드에 “힘내라는 말 한마디로 쉽게 상황이 종료되는 것 같아 힘내란 말이 그렇게 듣기 싫을 때가 있었어요. 힘내라는 말보다 같이 슬퍼해주는 것이 더 위로가 되더라구요. 저도 오늘 힘내란 말은 하지 않을게요. 대신 근처에서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며 응원할게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랍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엽서를 다 적은 뒤에도 한참동안 최씨의 연주를 들은 뒤 밝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곳은 ‘쌈드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최씨의 희망 콘서트장이다. 지난달 6일 쌈드림 프로젝트를 시작한 최씨는 매주 월, 수, 목, 금요일 오후 8시부터 2시간동안 이곳에서 방문객을 맞는다. 방문자들은 이곳에서 이전 방문자가 남긴 응원 엽서를 건네받고, 누군가를 위한 응원 메시지를 남긴다. 매일 7∼8명의 ‘위로자’들이 쌈드림을 찾는다.



최씨는 19일 “대학 1학년 때는 아나운서, 우주인, 엔지니어를 꿈꾸던 친구들이 취업을 앞두고 꿈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청춘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응원을 통해 서로가 가진 장점을 모으고,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달하는 것, 그것이 쌈드림을 시작한 이유다. 쌈드림은 여러 재료를 모아 음식을 만드는 ‘쌈’, 꿈과 드린다는 이중의 의미를 갖는 ‘드림’을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그는 아직 ‘크리스천으로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간직하고 있다.

홍익대 화공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최씨는 서울 신길동 대광교회 청년부 회장을 맡고 있다. 원래는 홍대 앞에서 매주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까지 진행하는 응원릴레이 이벤트를 계획했다. 무작정 학교 인근 교회를 찾아가 키보드 연주에 필요한 전기와 교회 앞 작은 공간을 제공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홍대 앞 놀이터에 작은 천막을 세우려고도 했지만, 160만원가량의 석유발전기를 구입할 여력이 없었다. 마지막 남은 선택지는 노량진 ‘집 근처’밖에 없었다. 매번 집에서 릴선을 이용해 전기를 끌어 오느라 30분가량 땀을 흘린다.

쌈드림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방문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최씨는 “모르는 누군가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받고, 또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청춘들이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3차례 반복해 방문하는 이들도 있고, 커피와 비타민 음료, 과일 등을 건네주며 ‘고맙다’ ‘힘내라’는 말을 건네는 이들도 있다.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 있어 최씨는 앞으로 6개월 정도만 쌈드림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아니더라도 이런 희망과 응원 릴레이가 오프라인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각박하고 힘든 사회에서 청년들 스스로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의 날개가 되어주는 사회를 꿈꾼다”며 활짝 웃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