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홍명보… 어디부터 손볼까

입력 2013-06-19 17:53

한국 축구의 새 사령탑에 홍명보(44)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사실상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어 홍 전 감독과 외국인 감독을 포함한 4명을 감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허정무 협회 부회장은 “기술위원회에서 국내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추천했다”면서 “홍 감독과 대표팀 감독직과 관련해 사전에 교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은 월드컵에 선수로 네 차례나 출전해 경험이 풍부하다”며 “월드컵 코치, 올림픽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지도할 능력도 인정받았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허 부회장은 “아직 감독 선임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홍 감독이 실제로 대표팀 사령탑에 앉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기술위원회의 추천이 완료됨에 따라 협회는 회장, 부회장, 기술위원장이 참석하는 회장단 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주 초에 새 감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협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홍 감독과 꾸준히 접촉했다”며 “처음에는 홍 감독이 ‘아직 맡을 때가 아니다’며 고사했으나 지난달부터 조금씩 심경의 변화를 나타냈고 2주전 구두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난 1월 스승인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는 안지 마하치칼라(러시아)로 연수를 떠났고 지난달 말 연수 일정을 모두 마쳤다. 현재 가족과 미국에 머물고 있는 홍 감독은 22일쯤 귀국할 예정이다.

홍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서 많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원한 캡틴’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4강 신화를 쓰는 데 앞장선 그는 정확히 10년 뒤 런던올림픽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거뒀다. 공식 석상에서 좀처럼 웃지 않아 딱딱해보이는 인상과 달리 홍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한다.

홍 감독이 차기 사령탑에 앉을 경우 그의 앞에는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축구 전문가들은 “최종 예선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전력으로는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쉽지 않다”며 “홍 감독이 선임되면 남은 기간에 대표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팀이 본선 진출을 우선 과제로 경기를 운영하다 보니 세계 선진 축구의 흐름을 뒤쫓지 못하고 오히려 과거 속칭 ‘뻥 축구’로 역행했다는 지적을 곱씹어 봐야한다.

한편 홍 감독 외에 물망에 오른 3명의 후보로는 세뇰 귀네슈 전 터키 감독, 마르셀로 비엘사 전 아르헨티나 감독,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 등이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