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논란, 설전보다 개혁이 해법이다

입력 2013-06-19 17:44

국회 상임위원장 간 고발사태로 확산된 공방전 볼썽사나워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여야 국회 상임위원장 간의 고발 사태로까지 번졌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고, 박 위원장은 서 위원장에 대해 수사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서 위원장은 “국정원 파문에도 정보위를 열지 않고 있는 데에는 뭔가 커다란 이유가 있다고 본다”는 박 위원장 발언을 문제 삼았고, 박 위원장은 서 위원장이 지난 3개월 동안 정보위를 개최하지 않은 것이 직권남용 등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상임위원장을 덜컥 고발한 사람이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모종의 거래’가 있는 거 아니냐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한 사람이나 오십보백보다.

여야 지도부 사이의 설전도 격화되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겨냥해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이번 사건의 ‘몸통’이라면서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고, 박근혜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하는 등 정권 흔들기용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병헌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은 조속히 국정조사가 실시되지 않을 경우 정부·여당이 희망하는 법안 처리에 협력할 수 없다며 압박하고 있다. 여야의 입장은 완강해 한동안 공방은 지속될 듯하다.

양당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맹점도 있다. 새누리당은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면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지난 3월의 여야 합의사항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시기의 문제이지, 국정조사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본질과 관계없는 사안을 제기하며 역공하는 모습은 군색하다. 민주당이 국정원 전·현직 직원에게 대가를 약속하며 기밀을 빼돌렸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북방한계선) 발언과 관련해 국정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는 박영선 위원장의 언급에 대한 수사 촉구 등이 그것이다. 여당으로선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일지 모르겠으나 ‘물타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민주당은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국정조사 문제에 접근해선 곤란하다. 지난 대선 결과에 불복한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라는 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지만, 국정원 댓글 파문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나온 이후부터 일부 네티즌들은 ‘권력찬탈이다’ ‘박근혜는 사퇴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당내 일각에서 요구하는 대로 장외투쟁에 나선다면 대선 불복론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분노의 정치는 한순간 후련함을 줄 것이다. 그러나 민생이 도외시되면서 민심은 멀어져 갈 것이다.

여야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중지해야 한다. 그리고 국정조사 실시 원칙에 합의한 뒤 즉각 국정원 개혁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정원이 다시는 국내정치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틀을 만드는 게 급선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