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영남권 신공항… 국토부 공무원 영혼도 없나

입력 2013-06-19 17:43

경제성이 없어 백지화된 영남권 신공항을 다시 추진하려는 국토교통부와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 등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은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의 소리를 듣기 바란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양보 없는 유치경쟁을 벌이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두 곳 모두 탈락한 것이 불과 2년여 전인 2011년 3월이다. 낙제점을 받은 것이 엊그제인데 다시 공항을 짓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민을 봉으로 아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이번 수요 조사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남권 지자체들이 줄기차게 재추진을 요구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공약에 포함시켜 이번에 부활하게 된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영남권 5개 시·도는 신공항 건설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공동합의문도 체결했다. 신공항 건설을 전제로 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행동 아닌가.

정부가 스스로 자신이 내린 결론을 아무런 설명 없이 뒤집었다는 점에서 공무원의 영혼 없음을 새삼 실감한다. 그렇게 많은 국토부 공무원 가운데 영남권 신공항의 수요조사는 전혀 필요 없다고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아니면 수요 조사에 드는 예산은 내 돈이 아니니 낭비해도 된다는 말인가. 언제까지 정부정책이 포퓰리즘과 지역 이기주의에 놀아나야 되는지 국민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신공항 건설은 10조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되는 초대형 국책 사업으로, 국가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 중차대한 사업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중단과 재추진이 반복된다면 행정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국가는 3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아무런 변동요인이 없는데 이제 와 다시 항공 수요를 조사한다고 이전 결론을 뒤집을 수 있을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은 내년 6월로 예정된 지자체장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현직 시장과 도지사의 정치적 노림수란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내년 선거만 무사히 넘기면 그 다음은 추진되든지 말든지 입 꼭 다물고 있을 것이 뻔하다. 그 다음에는 지역구 총선 출마 후보자들이 다시 열을 올릴 것이다. 국민들은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 대선의 경험으로 이미 다 알고 있다.

국내 15개 공항 가운데 제주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기 노선 하나 제대로 유치하지 못한 채 적자에 허덕이며 세금만 축내고 있다. 지역 거점 공항이라며 만든 양양과 무안 국제공항은 정치놀음에 휘둘린 대표적 실패사례다. 모든 예산을 취소하고 기존 공항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적 비난을 덜 받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