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떠나는 ‘동굴 피서’… 한여름에도 섭씨 10∼15도로 서늘해
입력 2013-06-19 17:25
장마철이 시작됐다. 습하고 무더운 공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불쾌지수가 높다. 이런 때 시원한 동굴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동굴은 무더운 여름에도 평균 온도가 10∼15도로 서늘하다. 특히 장마철에는 빗물 유입으로 동굴 속을 흐르는 물과 폭포수의 양도 늘어나 장관을 연출한다. 강원도의 신비로운 지하세계로 ‘동굴피서’를 떠나본다.
◇대금굴(삼척)=삼척시 신기면 대이리동굴지대에 위치한 대금굴은 2003년 탐사를 통해 발견한 천연동굴. 3량짜리 모노레일을 타고 덕항산 중턱까지 가파르게 오른 후 동굴 입구에서 탐사용 터널을 140m 더 진입하면 시간의 앙금들이 쌓여있는 지하세계가 신비의 베일을 벗는다.
엄청난 동굴수가 흐르는 대금굴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활굴(活窟). 대금굴은 길이가 1610m(주굴 730m, 지굴 880m)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순도 높은 석회동굴이라 지하공간이 넓고 종유석 등 동굴생성물이 다양하다.
대금굴의 하이라이트는 만물상 광장으로 명명된 종유석 지역.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자란 곡석,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만든 동굴진주, 계란 프라이를 올려놓은 모양의 에그프라이형 석순 등 온갖 동굴생성물이 인간의 상상력을 무색하게 한다(033-541-7600).
◇백룡동굴(평창)=2010년 공개된 평창군 미탄면의 백룡동굴은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국내 최초의 체험형 동굴. 백룡동굴은 여느 동굴과 달리 종유석 등을 보존하기 위해 조명과 안전난간 등을 설치하지 않아 붉은색 탐사복장과 장화, 헤드랜턴이 부착된 안전모를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다.
개구멍으로 불리는 좁은 통로를 낮은 포복 자세로 기어 들어가면 형형색색의 종유석과 석순, 석주 등 동굴생성물이 눈을 황홀하게 한다. 막대기형 석순을 비롯해 도깨비방망이를 닮은 석순, 피아노 형태의 종유석, 동굴방패 등 신기한 모양의 동굴생성물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일반에 개방된 백룡동굴은 780m로 백룡동굴 탐사의 하이라이트는 우주 탄생 초기의 암흑공간을 체험하는 시간. 탐사자들이 일제히 헤드랜턴을 끄면 빛이 없는 완벽한 암흑의 공간이 펼쳐진다. 백룡동굴은 동굴보호를 위해 1회 20명씩 하루 180명만 입장이 허용된다(033-334-7200).
◇천곡동굴(동해)=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동해시 천곡동의 천곡동굴은 4억∼5억 년 전에 생성된 석회암동굴로 높이 10m, 길이 1400m로 이 중 700m가 개발돼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천곡동굴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동굴생성물은 동굴 천장을 수놓은 샹들리에 종유석. 조명을 받으면 마치 지하궁전을 밝히는 샹들리에처럼 휘황찬란하다. 동굴 내부에는 한국에서 가장 긴 천장 용식구, 종유폭포 등이 희귀한 동굴생성물과 어우러져 황홀경을 연출한다.
천곡동굴은 수백 개의 종유석이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우는 등 동굴생성물의 집적도가 높다. 천곡동굴 최고의 비경은 꿈의 궁전으로 명명된 공간.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파르테논 신전의 석조물처럼 보이는 동굴생성물 뒤로 크고 작은 종유석 수천 개가 고드름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다(033-532-2806).
◇용연동굴(태백)=태백시 화전동의 용연동굴은 국내 동굴 중 가장 높은 해발 920m 지점에 위치한다. 1억5000만∼3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용연동굴의 길이는 843m. 백두대간 금대봉 아래에 자리 잡은 입구를 비스듬히 내려가면 온갖 형상의 동굴생성물이 즐비하다.
용연동굴의 내부 온도는 섭씨 9.1∼11.9도로 서늘한 편. 4개의 광장과 2개의 수로로 이루어진 용연동굴에서 발견된 생물은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옛새우 등 38종. 동굴 중앙에 폭 50m, 길이 130m의 대형광장과 음악에 맞춰 춤추는 리듬 분수대가 설치돼 있다.
동굴 깊은 곳에는 임진왜란 때 동굴 속으로 피란한 사람이 암벽에 붓글씨로 피란 내력을 적어 놓았다고 전해지나 표시가 없어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매표소에서 동굴 입구까지 1.1㎞의 가파른 구간을 트램카로 불리는 무궤도 꼬마 열차가 운행한다(033-553-8584).
◇고씨동굴(영월)=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영월 하동면의 고씨동굴은 동굴생성물과 동굴생물이 잘 보존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원래는 조선 단종의 혼령이 머무르는 곳이란 뜻에서 ‘노리곡석 동굴’로 불렸으나 임진왜란 때 고종원 일가가 이곳에서 왜란을 피했다고 해서 고씨동굴로 명명됐다.
4억 년의 신비를 자랑하는 고씨동굴은 전체 6.3㎞ 중 950m만 개방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지금도 고씨 일가가 거주하면서 밥을 지을 때 불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있다. 4개의 호수, 3개의 폭포, 6개의 광장으로 이루어진 고씨동굴은 통로가 협소해 엉금엉금 기어야 하는 구간도 많다.
고씨굴은 ‘석순의 전당’이라 불릴 만큼 석순과 종유석 등 2차 생성물들이 발달해 눈을 즐겁게 한다. 동굴 입구에서 400m쯤 들어가면 지하협곡이 나타나고 800m 지점부터는 지하천이 넓어진다. 흐르는 물소리가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리는 것도 고씨동굴만의 매력(033-370-2621).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