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다음세대를 세우자] 골방과 광장의 선순환

입력 2013-06-19 17:19


‘광장의 기적’ 만든 청소년들 세상을 바꾸는 주역으로…

라이즈업무브먼트(이하 라이즈업)는 2004년부터 매년 서울에서 라이즈업 코리아 대회를 열어왔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라이즈업을 대형집회 하는 단체로 기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집회를 하는 것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것은 기독교계가 순수한 복음집회에 많은 사람을 동원해 하나의 큰 행사 치르듯 하는 것을 봐온 사람들의 상처와 우려에서 비롯된 시선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복음을 위한 대형집회를 통해 성장한 전통이 있다. 1973년 한국을 방문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전도집회와 74년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주최한 ‘엑스폴로 74 전도대회’ 등이 여의도광장에서 열려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 후 매년 부활절 연합예배가 여의도광장에서 개최됐다.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나아올 때 광장이 등장한다. 사무엘 시대에는 미스바에서 하나님께 잘못을 회개하고, 느헤미야 시대엔 수문 앞 광장에서 잃어버린 말씀이 새롭게 선포됐다.

한국에서도 순수한 복음 전도대회는 ‘미스바 광장’의 역할을 함으로써 나라의 영적 성장을 가져왔다. 그러다 81년 신군부 정권이 ‘국풍 81’이란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는데, 이것은 전국에 있는 민속행사를 여의도광장에서 한꺼번에 펼쳐 보이는 형식이었다. 그 민속행사라는 것이 대부분 샤머니즘과 관련된 굿판이란 점이 문제였다. 우상의 세력이 여의도광장을 한바탕 뒤엎은 것이다. 그 영향 때문인지 국풍 81 이후 대형 복음집회가 점점 뜸해지다가 급기야 부활절 연합예배까지 사라지게 됐다.

90년대부터 기독교의 성장이 느려지다가 기도의 열기가 식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미스바 광장의 상실이다. 우리는 이 광장을 회복해야 한다. 이것은 무조건 대형 이벤트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단체의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동원되는 방식이 아닌, 밑바닥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이들의 연합과 자원하는 심령으로 나오는 이들의 광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즉 순수한 복음이 선포되고 생명이 살아나며 하나님 나라를 향한 열정이 회복되는 예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세계적으로 진행된 모든 대형집회는 이런 집회들이었다.

라이즈업은 2004년부터 라이즈업 코리아 대회를 서울올림픽 주경기장, 서울광장, 여의도광장 등에서 개최했다. 메시지는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관한 것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생명 구원의 역사가, 믿는 자들에겐 회개와 열정의 회복이 일어나는 게 라이즈업 코리아 대회다. 그리고 이 대회를 준비하는 중심에 서 있는 자는 라이즈업의 청년들이다.

여름방학이 시작할 때부터 대회 당일까지 학생 리더들이 매일 대회 장소에 와서 새벽기도를 하고, 금식기도를 한다. 또 서울시내와 수도권 전역을 누비며 땅 밟기 기도와 홍보를 한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끼고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주인의식을 갖고 성장하게 된다.

2010년 대회 준비 때의 일을 예로 들겠다. 당시 대회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전 지부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겨자씨 봉투’라는 작정헌금 봉투에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금식기도한 뒤 점심값을 넣는 아이도 있었고, 가까운 거리라서 걸어 다닌다며 버스비를 넣는 학생도 있었다. 대학생들은 장학금과 아르바이트 급여까지 넣었다.

그리고 대회 전 예비집회에서 그동안 모은 겨자씨 봉투를 거두며 대회에서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했다. 그날의 기도회는 하나님의 임재를 사모하는 간절함과 열정으로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아이들이 이렇게 기도하고 헌신했을 때 하나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셨다. 작게는 몇 만원부터 크게는 1000만원까지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도움의 손길들이 찾아왔다. 이런 예상치 못한 헌금과 아이들의 겨자씨 봉투로 무려 1억원이라는 재정이 채워졌다. 대회 전날까지 부족했던 전체 예산의 절반이 이렇게 확보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대회 당일이 됐다. 그런데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려 대회 시간이 다가올 무렵에는 개최가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가 폭주했다. 대회를 준비한 사역자들과 아이들은 광장 앞 곳곳에서 팀을 짜서 대회가 온전히 이뤄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놀랍게도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3만명이 모였고 그 많은 인원이 3시간 내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찬양하고 기도하는 스탠딩 예배가 드려졌다. 모인 사람들은 자신의 죄와 나라의 죄를 통회하며 빗속에서 처절하게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방송으로 이 모습을 본 수많은 그리스도인들도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대회를 준비하는 중심에 서 있는 작은 자들의 헌신으로 이런 광장이 열린 것이다. 광장은 골방에서의 노력과 기도가 쌓여 터져 나온 것이다. 광장과 골방은 선순환해야 한다. 즉 우리는 광장에서의 승리의 흐름을 타고 다시 골방에서 자신을 개혁해야 한다. 이전보다 더 큰 간절함과 열정으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옛사람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피조물이 돼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개혁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장을 변화시켜야 한다. 광장의 뜨거움을 각자의 현장으로 전이해야 한다. 큰 전투에서 승리를 주신 하나님을 믿고 자신에게 주어진 현장으로 나아가 자신을 개혁하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몸으로 배운 라이즈업의 학생들은 RPS(라이즈업플래닝스쿨) 교육을 받아 자신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학교 현장에서 기도모임을 만들고 전도집회를 준비한다. 전도집회를 준비할 때는 대회 준비 과정과 같이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준비하고, 홍보하고, 겨자씨 헌금을 모으고, 예비 기도회를 연다. 광장의 에너지와 열매 맺는 원리가 개인의 현장에서 활용되며 또 다른 열매를 맺는 것이다.

이들 내부의 변화와 현장의 변화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 집결되며 광장을 일으키는 에너지가 된다. 그리고 광장의 폭발적 에너지는 다시 그들 자신과 그들의 현장으로 전이된다. 이 광장과 골방의 선순환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원리는 교회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교회 내에서 단기적인 목표를 정해 1년에 한두 번 정도 문화와 복음이 접목된 형태의 전도축제 같은 자발적인 광장을 만들면 좋다.

올해도 라이즈업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대회를 개최한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축제와 같은 형태지만 본질적으로는 명확한 복음 메시지와 하나님 나라를 위한 기도가 있는 광장이다. 청년들과 청소년들은 벌써부터 이 대회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믿지 않는 친구들을 데리고 올 전도 프로젝트와 작은 교회, 기독 동아리들이 함께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육체적으로 두렵고 피곤한 일이다. 회개의 광장을 마련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작업, 사탄의 공격을 이기기 위한 헌신과 투쟁,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친 뒤 찾아오는 승리, 그 승리를 골방과 삶의 현장에 적용하는 것 등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움을 없애고 안일함을 극복해야 한다. 광장과 골방의 선순환으로 우리는 생명력을 가진 하나님 나라의 진정한 백성으로 거듭날 것이며, 우리 사회가 하나님 사랑과 공의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동현 대표 <라이즈업무브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