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해를 품은 달’ 김다현 “자신 있어요, 김수현씨 팬 많이 왔으면…”
입력 2013-06-19 17:14
배우 김다현(33)이 2003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첫 무대에 섰을 때 뮤지컬계는 술렁였다. ‘뮤지컬계의 원빈’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돌았다. “대단한 새로운 인물이 나왔다는 소문이 퍼졌지요. 뮤지컬 선배들이 궁금해서 제 공연을 보러 올 정도였죠. 하하.”
수려한 외모 때문에 ‘꽃다현’으로 불리는 그를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왕의 사랑을 다룬 창작뮤지컬 ‘해를 품은 달(해품달)’에서 가상의 왕 성조(이훤) 역을 맡았다. 42%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해품달’에서 김수현이 했던 역이다. ‘해품달’로 톱스타가 된 김수현은 요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도 이끌고 있다. 부담스러울 만도 하다.
정작 김다현은 “드라마를 보진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수현씨 팬들이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솔직히 자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왕의 사랑이라는 소재가 신선해서 끌렸다. 의상이나 무대 등 한국 전통 미학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선택했다. 왕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말투도 왕처럼 바뀌었다. “집에선 ‘물 좀 떠오거라’, 동료들에게는 ‘잘 쉬었느냐’ 그래요. 문자 보낼 때도 왕처럼 보내지요.”
김다현하면 ‘창작뮤지컬’을 빼놓을 수 없다. 군 제대 후 최근 2년 동안 ‘서편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쌍화별곡’ ‘아르센 루팡’ 등 주로 창작 작품에 출연했다. “대형 창작뮤지컬은 거의 다 저한테 연락이 와요. 창작은 첫 단추가 중요하지요. 누가 첫 단추를 잘 채울지 중요한데 함께 하자고 하시니 고맙죠. 배우로서 저에 대한 믿음이 있는 거니까요.”
그는 창작 작품에 애정이 많다. “매년 100편 넘게 뮤지컬이 공연되지만 살아남는 창작 작품은 극소수이죠. 라이선스 뮤지컬은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웬만하면 잘 한다고 칭찬받아요. 하지만 창작은 아니죠. 무에서 유를 만드니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지요. 그래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지난 8일 경기도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프리뷰 공연을 시작한 ‘해품달’은 첫 회부터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제대로 된 창작뮤지컬이 나왔다고들 하세요. 본 공연(7월 6∼31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가기 전에 부족한 부문을 보완해 더 잘 올리고 싶습니다.”
정은궐 작가의 원작소설은 두 권, 드라마는 20부작. 이를 2시간30분 동안 펼쳐 보여야 하니 한계가 있다. “이야기 전개가 빠른 편이죠. 관객 대부분이 내용을 알고 있어 다행이에요. 그래도 감정을 채 잡을 틈도 없이 빨리 전개돼 아직은 좀 아쉬워요.”
뮤지컬 배우라는 꿈은 계원예고 때 생겼다. 당시 ‘사랑은 비를 타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의 뮤지컬을 보고, 노래와 춤 연기를 다 잘해야 하는 뮤지컬 배우에 매력을 느꼈다. 1999년 아이돌 그룹 ‘야다’로 데뷔했다가 팀이 해체되면서 자연
스레 뮤지컬에 입문하게 됐다.
최근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기도 높아졌다. “제 팬은 20, 30대인데 이젠 10, 40대도 알아보세요. 얼마 전 산에 갔는데 아줌마들이 다들 알아봐 신기했어요. 팬층이 넓어진 것 같아요.”
두 아이를 둔 아빠다. 아들이 무척 예쁘다는 그에게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얘기를 꺼냈다. “만약 제 아들이 거기 나가면 저보다 훨씬 더 인기 많을걸요. 아이가 상당한 매력이 있어요. 이모들이 눈을 못 쳐다보지요. 하하.” 이럴 때는 영락없는 ‘아들바보’다.
항상 외모로 먼저 평가되는 것에 불만도 있을 법하다. “대사 중에 ‘세자라는 것 하나로도 족한데 잘 생기기까지 했구나’하는 게 있어요. 데뷔 10년, 이젠 외모뿐 아니라 연기력과 노래를 다 같이 평가해주시니 괜찮아요.” 그러면서 “배우는 항상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모니터할 줄 알아야 해요. 나태해지거나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