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25)] “평화정착에 여성 참여 길 더 열어야”
입력 2013-06-19 17:33 수정 2013-06-19 21:07
여성의 지혜로 평화 만들기
올해는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 전문에는 ‘쌍방에 막대한 고통과 유혈을 초래한 한국 충돌을 정지시키기 위해, 또 최종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반도에서 적대 행위와 일체 무장 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적대 행위와 무장 행동은 지난 60년 동안 끊이지 않았고 불바다 피바다 발언이나, 핵실험,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과 같은 전쟁 위협과 국지적 도발이 일상화돼 협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어왔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곧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국제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일부 대사관에서는 자국민 보호를 위한 서울 탈출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이런 와중에서 너무나 평정한 우리 국민들을 보고 의아해하는 기사들을 쓰기도 했다. 현재 북한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담담하게 ‘60년을 이러고 살았는데 사안마다 호들갑을 떨어야 하느냐’는 한 시민의 반문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짠하게 울렸다. 60년 세월을 전쟁의 위협 속에서 우리가 평화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를 아느냐는 절규와도 같이 느껴졌다.
200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여성, 평화, 안보에 관한 결의안 132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 1325호는 여성을 분쟁의 희생자로서뿐만이 아니라 분쟁의 해결자로서 인식하고 평화와 안보 관련 정책 결정 및 평화 과정에서 여성 참여를 명문화한 것이다. 안보리는 이후 이를 지원하는 4개 후속 결의안, 1820호(2008년), 1888호(2009년), 1889호(2009년), 1960호(2010년)를 추가적으로 채택함으로써 분쟁 상황에서 여성들의 안전한 삶을 보호하고 평화·안보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와 역할을 강화하려는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유엔 결의안 1325호와 후속 결의안은 크게 3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첫째는 의사 결정에 여성의 참여 강화다. 여성 조직이나 단체를 평화조성자와 평화구축자로 분쟁 예방, 평화 과정, 조기 복구, 거버넌스, 평화 활동 등에 참여시키라는 것이다. 둘째는 성폭력과 불처벌 종식이다. 결의안 1820은 분쟁 시 성폭력을 특별히 군사, 정치적 대응이 필요한 전쟁 전술로 인정하고, 광범하게 퍼진 분쟁 관련 성폭력을 종식시킬 것과 불처벌을 종식시키기 위한 책임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셋째는 책임 제도의 제공이다. 결의안 1960은 사무총장에게 안보리 의제와 관련된 상황에서 벌어진 성폭력에 책임이 있거나 성폭력 가해자로 의심되는 당사자들의 명단을 만들 것과 관련제재위원회로 하여금 명단에 있는 당사자들에게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유엔은 국가 수준의 1325 이행을 촉진키 위해 회원국들에 국가행동계획을 개발하거나 다른 전략을 개발하도록 권고했다. 2013년 5월 현재, 41개국이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고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을 확장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현재 국가행동계획을 준비 중이다.
안보불감증은 평화불감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안보불감증, 위기의식의 부재는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절박한 인식을 갖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 해법인 평화 정착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1325 국가행동계획의 수립 및 집행 과정은 바로 국민들의 평화의식을 향상시키고 평화 유지 및 인간 안보의 실현을 위해 여성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과정을 담아내야 한다.
여성들로 하여금 외교, 안보, 통일정책 실패로 인한 수동적인 피해자에서 벗어나 변화를 만들어내는 평화조성자, 평화구축자로서 자신들을 재정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한국YWCA 평화나눔팀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