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한국축구… 본선이 걱정이다
입력 2013-06-19 00:27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2243명의 관중은 태극전사들에게 격려의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태극전사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탄식만 터진 90분이었다. 대한민국 축구가 안방에서 이란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대표팀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최강희 감독의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에 골 득실에서 한 골 차로 앞서 아슬아슬하게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엔 성공했다. 상처뿐인 영광이다. 한국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본선에 오르긴 했지만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보여 준 부실한 수비력과 조직력 그리고 공격 옵션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릐할 말 잃은 ‘최강희호’=18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이란의 마지막 경기. 한국은 이란의 후반 14분 이란의 레자 구차네자드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0대 1로 패했다. 4승2무2패(승점 14·골 득실차 +6)가 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4승2무2패·승점 14·골 득실 +5)과 승점이 같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 A조 2위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이날 우즈베키스탄은 카타르에 5대 1로 역전승했으나 사상 첫 본선 직행은 무산됐다. A조 3위로 밀린 우즈베키스탄은 B조 3위 오만과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행을 노리게 됐다. 이란은 5승1무2패(승점 16)로 조 선두에 올라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이란에만 2패를 당해 이란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이란은 패하면 본선 직행 티켓을 놓치기 때문에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을 노렸다. 최 감독은 이날도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중동 킬러’ 이동국과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투톱으로 선발 출장했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왼쪽 날개로 출장했다. 한국은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지만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진 못했다. 공의 흐름은 뻑뻑했고, 유기적인 연계플레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좌우 측면을 통한 크로스 공격에 치중했다.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는 두터운 수비벽을 쌓은 이란을 허물 수 없었다.
0-0으로 비긴 채 시작된 후반 14분.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던 한국은 수비수 김영권이 볼을 빼앗겼고 결국 구차네자드에게 왼쪽 진영을 돌파당한 뒤 통한의 골을 허용했다.
릐상처 뿐인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한국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8회 연속 진출은 전 세계 국가 중에서 6번째 기록이다. 월드컵 정상에 서 본 경험이 있는 5개국(브라질 전 대회 모두 출전·독일 15회·이탈리아 13회·아르헨티나 10회·스페인 9회)과 한국만이 8회 연속 이상의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대륙에서 ‘월드컵 단골손님’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그동안 월드컵 본선에서 4강 진출(2002년 한일월드컵) 한 차례,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2010년 남아공월드컵) 한 차례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상대팀들은 오는 12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본선 조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울산=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