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30년 야구 졸업논문… 은퇴 후 세상이 더 커 보여”
입력 2013-06-18 19:47 수정 2013-06-18 22:31
“이젠 공을 던질 수 없지만 펜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날리고 싶습니다.”
박찬호(40)가 18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자서전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웅진지식하우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야구선수로서 자신의 삶을 털어놨다. 은퇴 선언을 한 뒤 6개월 보름 만에 같은 자리에 선 박찬호의 손엔 글러브 대신 책과 펜이 들려 있었다.
박찬호는 “몇 달 전 은퇴 선언을 한 이 자리에서 내 생각을 정리한 책을 소개하게 돼 더 의미 있다”며 “이제야 졸업을 하는 것 같다. 나의 야구인생 30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이후의 삶을 설계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 미국 무대에 발을 담근 첫 한국인으로 기록된 박찬호는 “미국에 가서는 한국인으로서 제대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어렸을 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듯 미국에서는 한국인으로서 자랑거리가 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책 제목인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에 대해서는 “은퇴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인정과 환호에 집착했었다”며 “하지만 은퇴로써 끝을 내고 나니 세상이 더 커 보이고 스스로 자유로워져 새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찬호는 자신의 뒤를 이어 ‘한국 야구 검증의 문’을 연 류현진(26·LA 다저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메이저리그 시절 샌디 쿠팩스(전 다저스)로부터 ‘긴 여행을 하는 거라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매 경기에 집착하지 말고 오랫동안 하나씩 쌓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찬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을 포기하려는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박찬호가 내놓은 책의 인세는 유소년 야구 발전 기금을 위한 ‘박찬호장학재단’의 후원금으로 쓰인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