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여파… 오바마 지지기반 휘청
입력 2013-06-18 19:18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국가안보국(NSA)의 민간인 정보 수집 사건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흔드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CNN방송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45%로 한 달 전에 비해 8% 포인트나 급락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오바마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4%였다. CNN 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 반대’가 절반 이상 나온 것은 1년7개월 만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흑인과 함께 30대 이하 젊은층에서 오바마 지지율이 한 달 만에 17% 포인트 떨어지는 등 핵심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오바마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회의감이 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인데, 실제로 이번 조사에선 오바마에 대해 ‘정직하고 믿을 만하다’라는 인식은 10% 포인트나 떨어졌다.
CNN은 국세청(IRS)의 보수단체 표적조사, 법무부의 언론인 사찰 의혹 등 각종 악재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지만 NSA의 민간 정보 사찰이 가장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줄리안 젤리저 프린스턴대 교수는 “젊은층은 스노든의 폭로를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라 2008년 오바마가 대선 출마 때 했던 약속들이 헛말이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의회 전문지 ‘더 힐’은 NSA 사찰이 불거지면서 보수파뿐 아니라 오바마의 우군인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파 사이에서도 ‘실제 오바마는 어떤 사람이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놓고 민주당 내 균열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파문의 장본인인 스노든이 직접 나서 미국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추가 폭로를 예고하고 독일과 중국이 의혹에 대한 미국 당국의 해명을 요구하면서 이번 파문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노든은 이날 영국 가디언 독자들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어 미국을 떠나왔다며 감시 프로그램을 오히려 확대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실망한 데다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의회에 끊임없이 거짓말하는 것을 보고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스노든은 또 NSA가 어떻게 개인의 인터넷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자세한 정보를 더 밝힐 계획이라며 “미국 정부가 나를 감옥에 보내거나 심지어 죽인다고 해서 이(진실)를 감출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