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시간제 일자리 물꼬… 삼성·LG도 검토

입력 2013-06-18 19:07


CJ그룹이 최근 잇달아 굵직한 일자리 창출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3일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 리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5000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데 이어 18일에는 주요 3개 계열사 소속 아르바이트 직원 1만5000여명을 정규직 시간제 사원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CJ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5년간 시간제 일자리 93만개를 만든다는 ‘시간제 정규직’ 도입과 관련해 그룹 차원으로 가장 먼저 화답한 것이다. 삼성과 LG 등 주요 그룹들도 이미 시간제 정규직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다른 대기업들에 확산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8일 “정부가 시간제 정규직 정책을 발표한 만큼 지난주부터 검토에 들어갔다”며 “삼성전자 등 계열사별로 비정규직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LG그룹 관계자도 “정규직 시간제와 관련해 계열사별로 적용 가능한 직무분야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SK그룹의 경우 이미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이 이달부터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자회사 서비스에이스와 서비스탑에서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여성 직원을 위해 시간제 정규직을 신설해 운영에 들어간 바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삼성이나 LG그룹 등 제조업 중심의 그룹은 시간제 정규직 적용 범위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4시간 근무체제가 갖춰진 생산라인이나 R&D(연구개발) 인력이 많기 때문에 시간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CJ그룹이 1만5000여명의 대규모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것은 고용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삼성의 경우 계약직에 변호사 등 고액연봉의 특수직군이 많고, LG그룹은 비정규직 비율이 5% 미만이라 시간제 정규직 대상과 규모를 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CJ그룹은 ‘여성 리턴십 프로그램’과 아르바이트 직원 시간제 정규직 전환을 통해 올해 안에 2만개 가까운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CJ그룹은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을 위해 올해 4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을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인 이재현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이미 3∼4월에 검토를 마쳐 지난달 초에 발표하려던 내용”이라며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내용을 보완해 이제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