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원 가뭄 시달리던 ‘빅5’ 대형 저수지 ‘IB’ 만나다
입력 2013-06-18 18:57 수정 2013-06-18 19:00
[활로 찾아나선 ‘위기의 증권가’] (상) IB로 돌파구 찾는다
실적 저하에 시달리는 여의도 증권가는 늘 ‘천수답(天水畓)’ 수익 구조를 탓했다. 벼농사에 댈 물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에만 의존하듯 증권사들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주식매매 중개업무(브로커리지)에서만 찾았다. 눈치 장세가 펼쳐져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시즌에는 고스란히 타격을 받았다.
이런 금융투자업계가 최근 너 나 할 것 없이 자산관리(WM)를 강화했다. 대형증권사는 투자은행(IB)으로 도약을 준비했다. 가뭄에도 마음 놓고 농사를 짓고 싶은 증권업계가 학수고대하던 ‘수리안전답(水利安全畓)’이 최근 완성됐기 때문이다. IB 활성화, 대체거래소(ATS) 도입, 기업대출 가능 등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8일에는 개정안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빅5’ 증권사에 허락된 IB 업무는 지독한 가뭄에 시달리던 여의도에 마련된 큰 저수지다. 삼성·KDB대우·우리투자·한국투자·현대증권 등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 5곳은 신용공여·재산보관·컨설팅 등 전담 중개업무(프라임브로커리지)라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얻게 됐다. 이들은 2011년 유상증자를 잇따라 시행해 자기자본을 확충하며 조용히 변화를 준비해 왔다.
삼성증권은 기업 일반대출을 중심으로 수익원을 다양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용도가 다소 낮은 대기업, 규모가 큰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성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해 자금조달을 돕고, 인수합병(M&A) 금융 및 구조화금융 대출을 활성화해 은행권이 독식하고 있는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에 적극 진출할 방침이다. 우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리테일(소매금융) 연계 영업을 확대해 CEO와 최대주주의 지분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올해 1분기 IPO(기업공개) 주관·인수부문에서 1위에 오른 현대증권도 꾸준히 IB 관련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IB의 상품구조화 역량을 총동원해 회사에 대한 수익 기여도를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현대증권 법인부문 및 개별 사업본부는 개인·기관의 수요를 늘릴 수 있는 획기적 상품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특히 국제영업본부는 현재 준비 중인 싱가포르 헤지펀드 운용법인 및 자기자본 운용법인 설립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홍콩을 중심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데 여념이 없다.
2007년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먼저 프라임브로커리지 전담 부서를 설립한 우리투자증권은 한국형 헤지펀드와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가장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2011년 1분기부터 10개 부서 이상이 참가하는 태스크포스(TFT)를 가동해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 준비를 마쳤다. 한국투자증권도 비상장주식 매매, 기업신용공여 등 법 개정으로 허용된 새로운 업무영역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조직과 인력을 재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