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프로선수는 단 1명·랭킹 138위 타히티, 아름다운 투혼 90분

입력 2013-06-18 18:47

18일(한국시간)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의 벨루오리존치에서 열린 2013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사흘째 조별리그 B조 1차전 나이지리아와 타히티의 경기. 야구 스코어가 나왔다. ‘아프리카 강호’ 나이지리아의 6대 1 대승.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8위인 타히티는 31위인 나이지리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타히티는 불굴의 투혼과 페어플레이 그리고 과감한 공격으로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타히티는 행운이 따라 줘 대륙별 우승팀이 나오는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지난해 6월 솔로몬제도에서 열린 오세아니아 축구연맹 네이션스컵에서 오세아니아 최강인 뉴질랜드(57위)가 준결승에서 뉴칼레도니아(97위)에 덜미를 잡히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 바람에 반대편 준결승에서 솔로몬제도(166위)를 꺾고 결승에 올라 있던 타히티가 비교적 편한 상대인 뉴칼레도니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번 대회 B조에서 타이티는 나이지리아, 스페인(1위), 우루과이(19위)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만났다. 약체 타히티가 한 골도 뽑아내기 어려운 팀들이었다. 타히티에 프로라고 부를 만한 선수는 그리스 프로축구에서 뛰는 마라마 바히루아(33)가 유일하다.

후반 9분 0-3으로 뒤져 있던 타히티의 조너선 테하우(25)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슛으로 나이지리아 네트를 흔들었다. 타히티가 FIFA 주관 성인대회에서 첫 골을 뽑아낸 순간이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타히티 선수들은 한데 모여 노를 젓는 시늉을 하며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타히티 축구협회는 트위터에 “우리는 챔피언!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며 기쁨을 전했다. 소나기 골을 먹어도 밀어붙이는 ‘닥공(닥치고 공격)’과 마지막까지 포기하기 않는 투혼 그리고 깔끔한 플레이까지. 이날 축구 변방에 있는 타히티가 보여 준 것은 졸전이 아니라 한 편의 드라마였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