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부실경영]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 광물자원公 B→E 3계단 하락
입력 2013-06-18 18:29 수정 2013-06-18 22:20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기관평가에서 지난해(B등급)보다 3계단이나 하락한 E등급을 받았다. 호주 볼리비아 광산의 동·아연 탐사 사업에 19억원, 호주 화이트클리프 광산의 니켈 사업에 18억원을 투자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면세점 영업실적이 부진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도 E등급을 받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JDC는 영업실적 부진으로 계량지표 점수가 지난해 88.2점에서 74.8점으로 대폭 하락했다.
기획재정부가 18일 공개한 ‘201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보면 기관평가 대상 111개 공공기관 가운데 D등급 이하를 받은 기관은 16개(D등급 9개, E등급 7개)다. 지난해(D등급 13개, E등급 1개)와 비교해 ‘꼴찌’인 E등급이 크게 늘어났다. 광물자원공사를 비롯해 에너지 관련 공기업은 해외 투자실적 부진으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정부는 이번 평가에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집중 점검했다. 정부 지침을 어기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관, 경영실적이 부진한 기관이 철퇴를 맞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영공시 점검을 강화하고 공공기관의 책임·윤리경영 노력과 성과를 집중 점검했기 때문에 예전보다 부진한 기관이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평가의 전문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소관 부처가 추천한 평가위원 수를 지난해 10명에서 28명으로 늘렸다.
기관장평가에서는 총 18명(D등급 16명, E등급 2명)이 D등급 이하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D등급 6명, E등급 2명)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D등급은 경고, E등급은 해임 건의 대상이다.
원전 비리에 연루된 기관장들은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의 박윤원 원장은 정부기관장 73명 가운데 유일하게 E등급을 받았다. 잇따른 원전 사고와 관련해 국내 원자력 신뢰 회복에 힘쓰기보다 해외 원자력 안전규제 지원 사업을 통한 수입을 늘리는 데만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감독 활동을 게을리 했다는 점도 평가에 반영됐다. 원전 비리의 주범으로 지목된 한국수력원자력도 기관장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김현태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자본잠식 상태인 공사의 경영위기를 방관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역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석탄공사의 자기자본은 ‘-7930억원’에 달하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해 태백 장성광업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광부 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고 7명이 다친 일도 평가에 반영됐다. 석탄공사는 기관평가에서도 E등급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도 D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스리랑카에서 낙뢰사고가 발생해 단원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일로 점수가 대폭 깎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납품·채용 비리 등 윤리경영과 관련해 기관장의 책임을 엄격하게 평가했다”며 “기관의 현안 과제와 중장기 전략사업 추진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기관장이 많았던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6개월 이상 근무한 기관장 96명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윤리경영 여부 등을 평가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16개 공공기관은 기관 평가에서 우수인 A등급을 받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예금보험공사는 기관장 평가에서도 우수등급을 받았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