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중, 비리 후유증… 어른 잘못에 학생만 피해
입력 2013-06-18 18:24
“현재 영훈국제중 학생들은 교감 선생님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상실감, 입시비리에 따른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자존감 훼손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는 상태입니다.”
18일 오후 4시 서울시교육청 9층 회의실에서는 영훈국제중 학생들과 교사들의 상담을 위해 파견될 Wee센터 전문상담교사 22명이 모였다. 지난 16일 교내에서 발생한 김모 교감의 자살로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해 긴급 치유 프로그램을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영훈국제중 기향숙 상담부장이 상황을 설명했다. 기 부장은 “담임교사들이 휴교 중인 학생들과 하루에도 몇 번씩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대화하며 감정을 어루만져주고 있는 중”이라며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대부분 ‘차분히 슬픔을 추스르고 있는 상태’ ‘슬픔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기 부장은 그러나 “영훈국제중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난다’거나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영훈국제중은 Wee클래스를 두지 않고, 전문상담사인 기 부장 홀로 상담을 전담하고 있어, 학생들이 노출된 집단 심리적 위기에 무방비 상태다.
치유전문가로 이날 교육에 참여한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정신의학과 서동수 과장은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신속한 사후 개입을 통해 심리적 충격을 받은 학생들을 어루만져야 한다”며 “특히 학급별 집단상담을 통해 ‘고위험군’ 학생들을 선별하고, 심리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예방전문가이자 정신과전문의인 조인희 원장(전 중앙자살예방센터소아청소년위원장)은 “고인과의 관계나 친밀도가 높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겪는 심리적 ‘트라우마’(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더 클 것”이라며 “최소 1∼2주간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상담교사들은 영훈국제중 학생들이 3일간의 휴교를 마치고 첫 등교하는 20일 현장에 투입된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