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정원 국정조사’ 정면충돌

입력 2013-06-18 18:16 수정 2013-06-18 22:19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여부를 놓고 여야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야권은 지난해 대선 패배에 영향을 준 국정원 행태를 절대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자칫 박근혜정부의 정통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 적극 방어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18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국정원 사건 ‘몸통’으로 지목한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펼쳤다. 민주당은 또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등 전·현직 직원 4명과 일반인 1명을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기로 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더 이상 국기문란 행위를 비호하지 말고 군말 없이 국정조사 약속을 지키라”고 성토했다. 문재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새누리당이 국정원의 민주주의 파괴범죄를 비호하고 나섰다”며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공범이란 심증이 자꾸만 커진다”고 비판했다.

김한길 대표는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대선 결과에 불복하거나 선거무효화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대선을 다시 치르자는 것도 아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국가관, 정의관, 철학관이 있다면 더 이상 침묵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역사왜곡은 참을 수 없다면서 헌정문란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인터넷 게시판뿐 아니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공간에 대한 개입 의혹,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배후 의혹도 명확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원순 제압 문건’에 대해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리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새누리당은 “무책임한 정권 흔들기 정치 공세”라고 맞받아쳤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불확실한 제보로 특정인을 거명하며 몸통 배후설을 거론하고 직접 관계도 없는 박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야당과 여론에 등 떠밀려 현 단계에서 국정조사에 합의해 줄 순 없다는 뜻이다. 여당 내에서는 민주당이 음모론을 퍼뜨려 ‘제2의 촛불사태’를 촉발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했다. 박 위원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서 위원장이 정보위원회를 열지 않는 데는 커다란 이유가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과 서상기 정보위원장의 거래 문제”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주장이다.

엄기영 김아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