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 헌법소원 허용’ 추진 논란

입력 2013-06-18 18:06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에 불복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4심제’를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4심제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헌재는 18일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금지 문구를 삭제하는 개정안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재법 68조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즉 재판 당사자가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헌재는 ‘재판소원 금지’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의견서에서 “재판소원 금지는 국민이 재판 결과로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와 법치주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헌법소원 제도가 국회의 입법권은 통제하면서도 법원의 사법권을 통제하지 않는 것은 권력분립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반대로 ‘재판소원 허용’이 헌법 체계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은 헌재에 위헌법률 심사권을, 대법원에 법률 해석 권한을 주고 양 기관을 동등하게 보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사실상 4심을 허용하게 되고, 헌재가 대법원의 실질적 상위 기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소원이 허용된 독일의 경우 헌법 상 헌재가 대법원의 상위 기관이다.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아직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았다”며 “재판소원 허용은 법원 쪽이 반대 의견을 강하게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논의가 구체화되면 반대 의견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18대 국회에서도 헌재법 개정안의 의원 대표 발의가 있었지만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헌재는 재판소원 허용을 포함한 14가지 개정 의견을 냈다. 여기에는 ‘해당 법률을 ∼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형식의 한정위헌 결정에 대해서도 강제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한정위헌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대해 위헌성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정위헌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근거로 한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 헌재 소장의 임기를 6년 보장하고 재판관 정년을 70세로 높이는 의견도 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