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만 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직장인 ‘쿨비즈 스트레스’

입력 2013-06-18 18:04


직장인 현모(27)씨는 이달 초 백화점 의류매장을 찾았다. 현씨 회사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6∼8월을 ‘쿨 비즈’ 기간으로 정했다. 백화점에 간 것은 ‘쿨 비즈 룩(look)’에 맞는 옷을 장만하기 위해서다. 매장 직원은 “넥타이를 풀면 어울리는 셔츠가 달라지고, 셔츠가 달라지면 바지, 신발까지 전체 스타일이 달라져야 한다”며 상·하의와 신발까지 세트로 구입할 것을 권했다.

결국 그는 목에 살짝 두르는 스카프와 린넨 셔츠, 굽 없는 신발 로퍼 등을 사는 데 48만원이나 썼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여름철 쿨 비즈는 체감온도를 낮춰 에어컨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올 여름 전력난이 우려되자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이 앞 다퉈 쿨 비즈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에게 간편복을 넘어 또 다른 패션으로 인식되면서 적합한 옷을 새로 장만해야 하는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티셔츠나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슈퍼 쿨 비즈’ 회사도 늘면서 ‘외근용’ 옷을 따로 챙겨 출근하는 이들도 있다. 회사원 장모(33)씨는 소속 부서가 ‘슈퍼 쿨 비즈’ 시범 부서로 지정되면서 이달 초부터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하지만 신입사원인 탓에 외근 업무가 잦아 회사 밖에 나갈 때는 다시 긴 바지로 갈아입는다. 장씨는 “외부인과 회의 자리에서 반바지 차림은 결례로 비칠 수 있어 따로 옷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