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공소 유지 위해 대공 수사 파트너 배려?

입력 2013-06-18 18:02

檢, 국정원 직원들 기소유예 논란 확산

검찰은 최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기소하면서 국정원 이종명 전 3차장, 민모 심리정보국장 등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기소유예했다.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을 주로 감안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15년 전의 ‘북풍조작 사건’ 때 대법원은 검찰 처분과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1994년 4월 국가안전기획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기부 차장·실장들에 대해 징역 1년6개월∼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피고인들은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안기부 직원이란 사정 상 상부의 명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안기부가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조직이라 해도 안기부 직원의 정치 관여가 법률로 엄격히 금지돼 있고, 권영해 전 안기부장의 (선거개입) 의도를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보면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상관의 명령이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일 때는 직무상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18일 “국정원 간부들은 원장의 지시를 옮기는 식의 중간관리자로서 역할을 한 것이지 추가적인 불법행위를 주도하지 않았고, 직원들도 지시에 따라 본인들 업무를 한 측면이 있다”며 “그 수장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봤다”고 말했다.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대공수사 파트너인 국정원에 대한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진행 과정에서도 “국가 정보기관으로서의 기능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또 원 전 원장이 명시적으로 정치·선거 개입을 지시했다는 물증이 없는 만큼 공소유지를 위해서는 원 전 원장의 지침을 실행한 직원들의 협조적인 증언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냈다. 기소유예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최종 기소 여부는 서울고법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한편 채동욱 검찰총장은 대검 간부회의에서 국정원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검찰이 규명한 사실 그대로 법률을 적용하고 사건 관계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처분을 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