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의 달인 최영우 장로 “기부문화 빅뱅… 모금단체 투명성 강화 시급”
입력 2013-06-18 17:58 수정 2013-06-18 21:35
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의 정기후원자 연평균 기부액은 2011년 기준 31만7000원으로 2007년(16만6000원)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기부금에서 교회 등 종교단체의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나라가 80%로 미국(35.8%)이나 영국(11%)보다 훨씬 높다. ‘한국에 기부문화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다. 이제 시급한 과제는 모금단체의 윤리성과 투명성 강화다.
“선교단체나 기독구호 NGO 등 비영리단체를 향한 기부자들의 투명성과 윤리성 요구는 점점 더 확산되고 강해질 것이다.”
모금 전문 컨설팅업체인 ‘도움과 나눔’ 최영우(48·성가교회 장로) 대표의 일성이다. 그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금으로 조직을 꾸려가고 있는 많은 기독 단체들이 이 문제(윤리·투명성)에 더욱 민감해져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못할 경우 선교 활동은 물론 단체 존립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른바 ‘모금의 달인’이다. 모금 부진으로 존폐 위기에 처한 비영리 단체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모금을 끌어오고 늘릴 수 있을지 진단부터 처방까지 담당한다. 산업연구원과 해비타트를 거쳐 2001년부터 이 일을 맡고 있는 그에게 모금 단체가 갖춰야 할 필수요건은 무엇인지 물었다.
“각각의 단체가 지니고 있는 메시지, 즉 그 단체가 우리 사회 속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내가 A라는 교육 자선단체에 기부한 돈이 저소득층 어린이의 학습 여건을 개선해주는구나’라는 가치 같은 것이다.”
모금자에게 ‘가치’가 중요하다면 기부자에게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랑을 행하되 지혜롭게 행하라는 성경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한마디로 ‘지혜로운 기부자’가 되지 못하면 기부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모금 단체의 지배구조는 건강한지, 이사회는 역동적인지, 회계의 투명성과 프로세스의 윤리성과 사업의 사회적 효과성은 어떤지 등을 기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 역량이 모금 역량을 충분히 받쳐주는 단체인지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최 대표가 제시한 사례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3년 전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였다. 물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전 세계에서 생수만 수백만 통이 들어왔는데, 이 때문에 한때 아이티 정부의 식수공급 체계가 엉망이 된 적이 있다고 한다. 사업 역량이 모금 역량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고 최 대표는 지적했다.
향후 한국에서는 유산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베이비부머들이 축적했던 재산이 다음 세대로 넘어갈 시점이다. 내 재산을 자녀와 사회에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것이다.” 그는 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자선재단처럼 부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기부 단체가 우리나라에서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