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그룹 불공정 경영] 공정위 조사방해 백태… CJ, 자료 쓰레기통에 버리고 화단에 숨기고

입력 2013-06-18 18:02 수정 2013-06-18 22:07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에 나타난 대기업 임원들의 조사방해 행태는 다양했다. 자료를 탈취하는 ‘행동형’부터 조사에 대비해 미리 컴퓨터를 교체하는 ‘지능형’까지 있다. 이들은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회사를 위하는 길인 양 행동했다. 그리고 그만큼의 보상을 받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료 폐기=2005년 6월 공정위는 밀가루 담합 정황을 포착해 CJ 본사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를 피해 외부에 있던 신모 부장은 중요자료를 회사에서 50m 떨어진 쓰레기통에 버렸다. CJ는 2011년에도 외장하드디스크를 사옥 외부화단에 은닉하는 비슷한 수법을 동원했었다.

임원부터 말단직원까지 ‘릴레이’로 증거자료를 파기한 사례도 있다. 삼성토탈 이모 상무는 2005년 4월 공정위 조사관이 살펴보던 자료 중 일부를 낚아채 엄모 팀장에게 전달했다. 옷자락을 잡는 조사관을 뿌리치고 엄 팀장은 복도에 있던 차장에게, 차장은 과장에게 자료를 건네줬다. 이들은 온몸으로 비상구 출입구를 막기도 했다. SK C&C 김모 상무도 2011년 7월 조사관이 보는 앞에서 증거자료를 빼앗아 부하직원에게 건넸다. 이 증거물은 문서파쇄기로 들어갔다.

SK커뮤니케이션은 공개적으로 증거 인멸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 이 회사 오모 실장은 2006년 10월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 등 공정위 현장조사 대비 행동요령을 공지했다. 오 실장은 이런 내용을 사장이 참석하는 임원회의에 보고까지 했다.

적반하장형도 있다. 현대하이스코 안모 상무는 2005년 9월 공정위 조사관에게 “감히 영업본부장을 조사할 수 있느냐”며 호통 치며 조사를 거부하다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불공정행위는 승진 지름길?=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던 인사 중 현재 재직 중인 20대 그룹 소속 임원 8명 가운데 5명은 처벌을 받은 직후 승진했다. 나머지 3명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승진과 별개로 불공정행위에 가담했던 인사들이 인사조치 없이 해당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3월 시장 지배적 지위남용행위와 관련해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던 삼성전자 박모 전무는 현재도 같은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공정위로부터 4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CJ제일제당 박모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2005년 주방세제 담합을 주도했던 LG생활건강 조모 상무는 공정위 처벌 이후 경쟁사 대표이사로 스카우트됐다.

<특별취재팀>

경제부=김찬희 차장(팀장), 이성규·선정수·백상진·진삼열 기자

사회부=박요진·박은애·전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