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안식관서 ‘쉼’을 맛보세요”… 서울 중앙성결교회, 한옥 리모델링 개관

입력 2013-06-18 17:38 수정 2013-06-18 21:39


주민과 여행객들 위해 사랑방으로 개방

젊음의 거리인 대학로 뒤편 낙산공원에서 낙산성곽길을 따라 동대문 방향으로 걷다보면 성곽 끝자락에 새로 단장한 한옥 한 채를 만나게 된다. 성곽과 비슷한 재질로 만들어진 외벽에는 십자가를 형상화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기와와 나무로 된 대문을 지나 한옥에 들어서면 마루를 사이에 둔 방 3칸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시골 할머니 댁을 방문한 것처럼 푸근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방문 안으로 보이는 벽장식 꽃그림은 인사동의 갤러리 카페처럼 고급스럽다.

이곳은 서울 중앙성결교회(한기채 목사)가 교회 옆 한옥을 매입해 만든 ‘안식관’이다. 교회는 교인들이 우리 전통가옥에서 교제를 나누고 낙산성곽을 걷는 여행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지난달 안식관을 개관했다. 교회는 이곳이 이웃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아 지역사회와 교회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루와 안방은 교제의 장소로, 쪽방은 일시 귀국한 선교사들이 머물며 생활할 수 있는 숙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기채 목사는 날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도시 환경 속에 주민들과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한 목사는 “낙산 지역은 서울에서도 낙후된 지역 가운데 하나지만, 관광객과 외국인 등 유동인구가 매우 많은 편”이라며 “교회와 지역사회가 연결될 수 있는 사역을 찾던 중 마침 허름한 한옥이 한 채 매물로 나와 안식관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115.7㎡(35평) 규모의 한옥은 문화재 복원기술을 가진 중앙성결교회 김성배 안수집사, 조영순 권사의 손에서 재탄생했다. 원래 교회는 김 안수집사와 조 권사에게 리모델링 관련 자문을 구하려 했지만, 두 성도는 직접 공사를 맡겠다고 나섰고 공사비 6400만원도 모두 부담했다. 리모델링 공사에는 5개월 정도 걸렸다.

교회는 앞으로 안식관에 작은 카페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교회의 구상은 이렇다. ‘사회적기업을 설립, 카페 운영을 맡기고 새터민이나 장애인, 지역 내 소외계층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 수입된 제품만 사용하고 지역주민이나 관광객 등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한다. 발생하는 수익 역시 지역사회와 소외계층, 청년창업자에게 지원하고, 모임 장소가 필요한 지역주민에게 카페공간을 개방한다.’ 이대로 실현되면 안식관의 의미와 역할은 배가된다.

중앙성결교회는 안식관 외에도 지역주민을 위한 ‘청파도서관’과 노인대학 ‘늘푸른대학’ 등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와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한 목사는 “지역사회를 하나의 교구라고 생각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다양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몽골어,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 예배 사역을 하는 것도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한 목사는 “교회는 사실 공의를 위한 집단이기 때문에, 공동체와 선교를 위해서라면 교회의 모든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며 “이같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인다면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의 이미지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