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개혁은 공정한 인사 시스템 확립부터
입력 2013-06-18 17:43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기소된 후 일선 경찰관들이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지 못했음을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글과 사진을 연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부당한 명령과 지시가 여전히 통용되는 경찰 조직이 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경찰관들의 사과로는 외풍에 흔들려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저버리는 행태를 반복하는 경찰 조직을 개혁할 수 없다. 경찰은 일이 생길 때마다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내부적으로 복무기강 확립을 강조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경찰관 개개인이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외압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절실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의 잘못된 인사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조직 안에서 경찰청장, 지방경찰청장, 서장 등 지휘관이 행사하는 인사권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권력이다. 요직에 있는 간부와의 친소관계가 정상적인 인사시스템을 뛰어넘어 승진과 보직을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속에서 정치권이나 힘 있는 기관에 줄을 대 인사 청탁을 하거나, 승진을 대가로 금품을 상납하는 비리가 횡행한다. ‘인사에 민원이 통하는 조직’이라는 조롱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관행이다.
경찰청장이 지연·학연에 따라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도 현실이다. 부산 출신 청장은 PK 인사들을, 충북이 고향인 청장은 충청권 인사들을 일제히 승진시킨다. 청장의 대학 후배들이 주요 보직을 장악하기도 한다. 능력이 무시되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소신과 규정에 따른 업무처리는 물론이고 지휘관의 부당한 지시를 바로잡기란 아예 불가능하다.
경찰에도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제도 정착이 시급하다. 스스로 시스템을 구축하기 힘들다면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자의적인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청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자정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라인’을 만드는 그릇된 관행을 하루빨리 없애야 하는 것이다.